비난 발언 않는 美… ‘전략적 무시’

입력 2010-10-01 18:08

미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북한의 후계구도 공식화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3대 세습에 대해 별다른 분석도, 어떤 공개적인 비난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 권력 내부의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미국이 의도적으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전략적 무시’로 보인다. 북한 노동자 대표자회 개막 이후 몇 차례 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나, 매일 정례브리핑에 나서는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 등은 연이은 북한 관련 질문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미국이 의도적인 신중함을 보이는 것은 어떤 분석을 내놓을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김정은의 등장과 북·미 관계 개선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 같은 행동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에 먼저 변화가 있어야 하며, 변화 기준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의견에 따른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일정한 매듭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하지만 북한 내 상황 변화가 있는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 한반도 상황에 개입, 향후 국면을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내각 부총리 임명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제1부상 승진 등 대미 라인의 부각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적으로는 대미 라인이 부상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미 이들이 핵심적 활동을 해왔기 때이다.

한편 크롤리 차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의 핵억지력 강화 언급에 대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