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장하준 교수 신간 극찬

입력 2010-10-01 18:32


“에드 밀리반드, 장하준과 점심식사라도 하시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 사설을 통해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신간을 극찬하며 마지막에 이같이 제안했다. 최근 영국 노동당 당권 경쟁에서 이긴 밀리반드 신임 당수가 ‘제3의 길’로 상징되는 당의 중도 노선을 비판한 가운데 진보지 가디언이 노동당의 새 비전 참고 도서로 장 교수의 신간을 강력 추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은 ‘장하준을 칭찬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8월 하순 출간된 장 교수의 책 ‘그들이 알려주지 않은 자본주의의 23가지 진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신문은 “영국에선 최근 전당대회철을 맞아 정치인과 싱크탱크, 언론인들이 재정 적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 편협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책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는 책이지만 새 아이디어를 찾는 정치인들도 읽어야 한다”며 일독을 권했다.

가디언은 주류 경제학 논쟁이 숨이 막힐 정도로 시야가 좁은 데 비해 장 교수는 19세기 독일, 21세기 중국 등 보다 거창한 주제를 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학이 딱딱한 것과 달리 그의 책은 패러독스로 넘쳐나서 흥미롭다고 칭찬했다. ‘자유시장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경제학이 성공적이라면 경제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역설 등이 그것. 그런 역설들은 현실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아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 교수 책의 이 같은 특징은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신작은 전작보다 훨씬 대중적이며 기업의 기획가들이나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모색하는 정치가들에게도 맞춤한 책이라고 한다.

8월 22일 영국에서 출간된 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가 처음 내놓은 단행본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쏟아졌던 일반 독자의 경제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그는 책에서 30여년간 세계를 풍미한 자유시장 경제학이 현실에서 실패했음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BBC, 더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서평으로 다뤘다. 가디언은 당시 “장하준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최고의 비평가이지만 반자본주의자는 아니다”면서 “자본주의가 경제학자나 정치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굴러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대만 등 각국에서 출판이 예정돼 있다. 한국어판은 이달 말 나온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