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제비뽑기+직선투표’ 하룻만에 없던일로… 규칙개정 부결

입력 2010-10-01 01:20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선거제도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1일 폐막됐다.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열린 총회에서 총대들은 규칙 개정안을 부결시킴으로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유지시켰다. 예장 합동의 이런 어이없는 결정은 주먹구구식으로 회무를 처리한 결과로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총대들은 총회 마지막 날 ‘부총회장은 현장에서 선거인단 30%를 제비뽑아 직접선거로 선출하며 기타 부임원은 3개 권역별로 안배해 부총회장이 지명하여 총회의 인준을 받는다’는 총회 규칙을 부결시켰다. 30일엔 ‘제비뽑기+직선투표’ 제도를 통과시켰지만 하루 만에 규칙 개정안을 부결시킴으로 제비뽑기로 돌아간 것이다.

총대들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 여러 가지 예상되는 함정들이 있다”면서 “러닝메이트 제도가 금권선거의 온상이 될 수 있고 준비도 안돼 있어 지금 시행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규칙 개정이 불발된 후 다른 개정안을 상정한 게 아니라 아예 안건 자체를 폐기시켰다는 것. 김삼봉 총회장은 사전에 이 같은 사항을 자세히 공지하지 않고 재석인원 확인 없이 표결에 들어갔다. 일부 총대의 반발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문제를 가볍게 넘겼다.

총회 한 관계자는 “총회장이 이 안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며 규칙부가 조항을 정교하게 내놓지도 못했다”면서 “그냥 부결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번복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회시간에 쫓긴 총대들은 1시간에 무려 120여건의 안건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뤘다. 특히 김 총회장의 회의진행 미숙도 회의석상을 통제불능 상태로 몰아넣었다.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때 20여명의 총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한국찬송가공회 문제 등 대다수 안건은 임원회에 맡겨 처리키로 했다. 광주중앙교회 문제는 시간에 쫓겨 논의를 못했으며, 총회장이 중재위원회 위원을 지명키로 했다. ‘CTS방송 감경철 사장 문제’에 대한 특별위원회 구성 건은 조사위원 9인을 두기로 했다.

김 총회장은 “어쨌든 선거제도 변경은 불발에 그쳤으며, 내년에도 제비뽑기 선거를 시행하게 될 것”이라며 “회의 진행에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널리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홍천=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