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미단 시티

입력 2010-10-01 17:44

리포(LIPPO)그룹은 홍콩을 거점으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도 법인을 둔 세계적 화교그룹이다. 우리나라엔 덜 알려져 있지만 화교가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동남아에선 그 명성이 대단하다. 국제적 규모의 도시개발 경험이 풍부해 굵직굵직한 개발 프로젝트엔 ‘리포’란 이름이 빈번히 들어간다.

이 리포그룹이 국내외 여러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영종도 운북동의 57만평을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 인프라를 갖춘 ‘글로벌 차이나시티’로 개발키로 하고 지난 29일 인천에서 대대적인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차이나시티의 이름은 ‘미단 시티’로 정해졌다. 아름다울 ‘미(美)’자와 사업부지 내 옛 지명인 ‘예단포’의 ‘단(緞)’자를 조합했다. 영문으론 ‘MIDAN’이다. 향후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도시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2014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국제학교, 국제헬스케어센터, 비즈니스타운, 쇼핑타운, 레저타운을 지어 홍콩 같은 세계적 명품 문화복합레저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리포측의 포부다.

영종도가 낙점된 것은 수려한 자연환경외에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해 있어 해외 관광객 유입 효과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50%씩 급증하는 현상을 주목했을 것이다. 미단 시티의 상당 부분이 화교 벤처타운, 차이니스 푸드 테마파크, 중국인 마을 등 중국 관련 시설로 구성된 점이 이를 말해준다.

현재 우리 정부와 지자체,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엊그제 2014년까지 연간 중국인 관광객을 500만명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다. 제주도나 인사동, 경복궁, 동대문 패션지구 등만으론 지속적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 미단 시티 같은 복합관광레저도시가 있어야 한다.

미단 시티를 성공시키려면 영종도를 무비자 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 절반이 제주도로 가는 것은 제주도가 무비자 지역이기 때문이다. 향후 관광산업의 성패는 중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불러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미단 시티가 그 앵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동수 선임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