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만에 ‘사랑’으로 돌아왔어요” 4집 정규앨범으로 컴백한 가수 이적
입력 2010-10-01 18:05
4집 정규앨범 ‘사랑’으로 돌아온 이적(36)은 3년 반 사이 급격하게 변한 한국 가요시장에 흠칫 놀랐다. 1위로 반짝 데뷔했다가 1주일 만에 잊혀지는 노래가 수두룩하고, 유행가는 전자음으로 범벅된 ‘후크송’(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일색이다.
게다가 유행에 동떨어진 뮤지션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 MBC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라라라’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이적은 “그렇지 않아도 적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을 또 폐지한다니 아쉬울 뿐이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시간대에 잡아놓고, 돈 안 된다고 없애는 것은 너무 야박한 처사”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뮤직팜 사무실에서 이적을 만났다. 1990년대 김진표와 결성한 듀오 ‘패닉’으로 젊은이들에게 꿈과 이상을 제시했던 그가, 이제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궁금해 하는 입장이었다.
4집 ‘사랑’은 전곡 10곡이 모두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다. 이전 앨범들에서 꿈, 이상, 자유를 노래해온 그는 “신기하게도, 노래를 쓰다보니 유독 사랑 노래가 많았다. 쓰면서도 이래도 될까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특이한 소재(UFO, 왼손잡이 등)에 대해 노래를 부르니까 그것만으로 차별화됐어요. 그런데 요즘 널린 게 사랑 노래잖아요. 그 속에서 저만의 ‘사랑가’가 차별화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곡은 이적이 3년 반 동안 만들어 놓은 60곡 중에 ‘1차 예선, 2차 예선’을 거쳐서 엄선된 것들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은 노래들로 골랐어요.” 일주일 만에 사라지는 사랑노래들 속에서 오래오래 곱씹어도 울림을 주는 노래를 찾기 위해서다.
이적은 파트1, 파트2, 리패키지 식으로 3∼4곡씩 쪼개서 앨범을 내라는 주위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요즘 흔한 그런 마케팅 방식은 왠지 이적하고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앨범이란 개별 곡들이 정밀하게 연결되면서 완성돼요. 앨범 하나는 작품 그 자체여서 쪼갤 수가 없었어요.”
이번 앨범이 잘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은 그런 쪽으로는 감이 없다”고 했다. 3집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다행이다’도 이적이 앨범에서 빼려고 한 곡이다. 그러나 소속사 식구들이 노래가 좋다며 적극적으로 밀자고 해서 ‘대박’을 친 경우다.
“인기 있어봐야 3주 가는 시대에, 2년씩이나 노래방, 결혼식장 등에서 계속 불려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퍼졌으니 정말 놀랐죠. 그때 희망을 봤어요. 노래가 울림이 있으면 반짝 터지는 ‘대박’이 아니어도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오래간다는 걸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