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소통으로 주목받는 최문자 협성대 총장

입력 2010-10-01 17:56


詩心 가득한 감성의 리더십 학교공동체 통합·발전 이끌어

협성대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최문자(67) 총장으로부터 시작된 화합과 믿음, 희망의 바람이다. 2007년 6월 1일 제6대 총장으로 취임한 최 총장은 특유의 섬세함과 열린 사고를 33년 역사의 기독 사학에 덧입혔다. 첨단 교육 시설을 갖추고,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영입하며 협성대를 창의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동체로 이끌고 있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상리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협성대 총장실에서 최 총장과 만났다.

최 총장은 협성대 최초의 내부 교수 출신 총장이자, 감리교 계통 3대 사학(협성대 감리교신학대 목원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다.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등 시집을 내고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여류 시인이기도 하다. 그가 취임한 지 3년 4개월, 협성대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제가 시를 쓴 지가 벌써 40년이에요. 그 틀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시인이 추구하는 어떤 세계, 예를 들면 유연하고 수용성 있는 세계 같은 것들이 대학 경영에도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었겠죠.”

최 총장이 취임하기 전의 협성대는 ‘무서운 학교’였다고 한다. 허구한 날 노사 분규가 일어나고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총장들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나기도 했다. 최 총장은 1991년부터 이 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학장, 대학원장으로 재직하며 이런 현실을 곁에서 지켜봤다. 때문에 총장이 된 이후 최우선으로 힘쓴 일이 ‘신뢰 회복’이었다.

우선 총장실 문턱을 낮췄다. 집무실 소파를 치우고, 회의용 탁자를 들였다. 벽지부터 책장까지 흰 빛깔의 가구들로 교체해 딱딱한 분위기를 줄였다. 집무실을 ‘명령과 복종’ 대신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매일같이 교수들과 회의하고, 총학생회 학생들을 불러 얘기를 나눴다. 학생식당을 종종 찾아 학생들과 함께 식판에 밥을 받아 식사했다. 그렇게 ‘권위’를 벗어던졌더니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교수, 직원, 학생들과 한 약속은 꼭 지키려고 했어요. 혹시나 못 지키게 되는 상황이 오면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이해를 구했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니까 학내 분규나 총학생회가 대자보를 붙이며 학교를 비판하는 일이 사라졌어요.”

최 총장은 지난 5월 학교 축제 기간에 직접 무대에 올라 마술 쇼를 선보였다. 같은 달 스승의 날에 총학생회가 주축이 돼 교직원들을 위한 공연을 열고 식사를 대접해 준 데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고 한다. 최 총장은 그 다음달 학생회관 로비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열리는 ‘브런치 콘서트’ 무대에 올라 직접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기도 했다. 또 매년 두 번씩 ‘시 읽어주는 총장’ 행사를 열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자작시를 낭송해 주고 있다. 자연스레 ‘시 읽어주는 총장’ ‘연인 같은 총장’이란 별칭이 따라 붙었다.

학내 분위기가 안정되면서 입학 경쟁률도 올라갔다. 과거 보통 3∼4 대 1 정도를 보이던 경쟁률이 최 총장 취임 첫해 17 대 1 정도로 치솟더니 이후로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 총장은 “입학경쟁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학교 비전 실현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의 명문대 못지않은 교수진이 있기 때문에 협성대의 잠재력은 앞으로 더욱 발휘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체된 학교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교직원들이 변화를 기피하고,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자극을 주기 위해 ‘나쁜 얘기’도 많이 했단다. “‘벌레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왜 믿는다는 사람들이 변화할 생각이 없나’ 등 얘기를 자꾸 했어요. 그랬더니 직원들의 생각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일꾼들이 됐습니다.”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무지개 철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총장이 자기 색깔로 모든 색깔을 제압하려는 것, 이게 저는 싫어요. 색깔이 획일화되면 거죽으로는 잘되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아주 굳어버리거든요. 협성대 5000명의 구성원들이 제각기 색깔을 내면서 공존하도록 하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를 수행하며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정치성이 없다 보니 정치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늘 곤혹스러웠고, 총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하고 사람들을 부리길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상동감리교회 장로인 최 총장은 그때마다 기도하며 하나님께 답을 구했다. 매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힘을 얻었다.

남은 임기는 8개월 여. 그는 ‘교육중심 대학’을 정착시키는 데 전력할 계획이다. 우선 학부 교육 강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1학년 과정 중 기독교 개론과 제2외국어만 남기고 모든 과목을 폐지한 뒤 다양한 분야의 책 30권 이상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큰 틀을 정했다. 2학년부터는 학과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취업 교육을 시행하되 영어와 컴퓨터는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졸업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또 대학원에 신학과 도시공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박사과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총장 연임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아직 기도 중”이라고 했다.

“총장이라는 자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를 섬기는 일인데 하나님이 시키시는 대로 순종할 뿐이죠.”

화성=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