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거인, 준PO 2연승… 승리에 대한 집념이 승패 갈라
입력 2010-10-01 17:59
“정말 간절하다. 선수, 감독, 프런트, 팬까지 모두 승리에 간절하다.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야구를 할 것이다.”
당초 접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먼저 2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행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은 승리에 대한 각 팀 선수들의 간절함의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평가다.
앞서 홍성흔이 ‘배수의 진’을 치겠다고 밝힌 것처럼 롯데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은 간절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한 뒤 내리 3연패하며 가을야구의 들러리로 전락한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자세가 경기 마다 나왔다.
지난 29일 1차전에서 롯데 홍성흔은 2회 첫 타석에서 3루쪽 타구를 친 뒤 전력 질주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살아나갔다. 결국 홍성흔이 살아나가면서 롯데는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귀중한 선취점까지 올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위험도가 높아 선수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다. 홍성흔은 “올 시즌 처음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1차전의 행동은 포스트시즌에서 이기고 싶은 내 열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3회초 2사 상황에 나선 주장 조성환도 좌측 짧은 안타를 쳤지만 전력 질주해 단타를 2루타로 둔갑시켰다. 7회초에는 2루 주자였던 황재균이 런다운에 걸린 상황에서 후속 타자가 1루를 넘어 2루로 올 수 있도록 아웃을 길게 끌었다. 발목이 좋지 않은 이대호도 매일 진통제를 맞아가며 경기에 나서 3루 수비를 깔끔하게 해 ‘수비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두산은 두 게임 모두 결정적인 홈런 한방으로 경기를 내줬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허술한 플레이로 자멸했다는 평가다. 1차전에서 주장 손시헌은 3루에서 오버런하다 아웃돼 찬스를 날렸다. 특히 6회말 1사 만루의 찬스에서도 병살타를 날린 최준석이 아쉬웠다.
최준석은 공을 때린 뒤 병살타라는 것을 직감하고 1루로 최선을 다해 뛰지 않았다. 당시 1루로 송구하려던 황재균이 글러브에서 공이 빠지지 않아 멈칫했기 때문에 전력 질주했다면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 홍성흔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또 두산은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2차전 7회말 1사 1, 3루에서 런다운이 걸렸지만 이종욱이 시간을 오래 끌지 못해 상황이 2사 1, 2루로 더욱 나빠졌다. 포스트시즌에서 부진에 시달리는 ‘타격기계’ 김현수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대놓고 짜증을 부리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아직 세 게임이 남았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결국 3차전도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운명의 3차전 선발은 롯데는 이재곤(22), 두산은 홍상삼(20)이 나선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