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때보다 빠른 사진 공개 왜?… 공격적인 세습 의지 담겨
입력 2010-10-01 01:03
북한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김정은의 사진을 30일 전격 공개한 것은 3대 세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김정은 존재의 부각, 군과 당 엘리트의 충성심 유도 등의 의미도 담겼다.
김 위원장의 경우 1974년 32세 때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며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공식 행사에서 사진을 찍는 데는 6년이 걸렸다. 김 위원장은 80년 6차 당대회에서 처음으로 주석단의 아버지 옆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으로 사진을 찍고, 후계자로서 공식 활동했다.
반면 김정은은 지난 27일 인민군 대장이 됐고, 다음날 당 당대표자회에서 2인자 지위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리고 불과 이틀 뒤 아버지 옆에서 찍은 사진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는 후계구축 작업에 어울리는 파격적인 행보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협력개발센터 소장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누군가의 후견을 통하거나 측근을 동원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구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김정일·김정은의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통치를 통해 후계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김정은이 직접 통치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3대 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고, 자기들 방식대로 후계 구축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단순히 김정은을 후계자로 정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 통치권을 일부나마 넘겨주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일본의 NKH방송은 이날 김정은이 북한 내 권력 서열이 5위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이번 기념촬영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이영호 조선인민군총참모장 등 3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어 김정은의 이름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에 이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이영호가 상무위원에 선출된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은 이미 상무위원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부에서 하위에 있는 이영호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는데, 이는 사실상 김정은도 같은 위상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김정은이 당 조직 비서에 선출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