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 변화… 김정은 바로 뒷줄에 선 최용해, 막중한 역할 맡을 듯
입력 2010-10-01 01:02
북한이 30일 후계자 김정은의 전신을 담아 공개한 사진에는 제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개편된 북한 지도부의 권력지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은 모두 3장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 참석자들 및 당 핵심 관계자들과 돌아가며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가 끝난 5일 뒤에도 노동신문 1면에 고(故) 김일성 주석이 당 중앙위 위원 및 당대회 대표들과 촬영한 기념사진이 보도됐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맨 앞줄 정중앙의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200~1000명 정도가 앉거나 선 자세로 도열해 있다.
김 위원장과 김정은 김영남 최영림 이영호 등 정치국 상무위원, 강석주 내각부총리 등은 맨 앞줄에 앉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았다. 첫째 줄에서 여성은 김경희가 유일하다. 대장 칭호 수여와 함께 정치국 위원이 된 위상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앉지 못했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출하는 데 그쳐 김양건 김영일 박도춘 최용해 등 다른 후보위원들과 서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바로 오른쪽 뒤에 서 여전한 신임을 과시했다. 장 부위원장 옆에는 군부 최고 실세로 통했던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 섰다. 오 부위원장은 이번에 정치국 진출에 실패하면서 사진 촬영에서도 앉지 못했다.
김정은 바로 뒷줄에는 핵심 실세로 부상한 최용해 전 황북도당 책임비서가 서 향후 후계구도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최용해는 중앙군사위 위원, 당 비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했다. 김영일 김양건 주규창 등 새로 선출된 당 비서들도 주변에 섰다.
김정은의 좌우에는 군복을 입은 이영호(차수)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앉아 김정은 시대에도 선군정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 실세였던 김영춘은 새로운 실세로 부상한 이영호에 비해 김 위원장 및 김정은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인민군 원수인 이을설은 앞줄 중앙부에 자리 잡아 원로 대접을 받았다.
또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지병 때문에 사진촬영에 참석하지 못했고, 병석에 누운 것으로 알려진 전병호 전 군수담당 비서는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군부 실세였던 조명록은 총정치국장에서, 김영춘은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각각 해임됐다는 관측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공개한 정치국 위원 프로필에서 해당 직위가 없어지고,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인민무력부장으로만 언급됐기 때문이다. 김영춘은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