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환율전쟁 불똥… 원貨 지지선 위협

입력 2010-09-30 18:30


정부 대응 잘 하고 있나



글로벌 환율전쟁의 후폭풍이 강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입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원화 강세 속도가 가파르지만 ‘환율 조작’에 대한 각국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개입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중국과 함께 환율 수혜를 입었다며 도매금으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로버트 존슨 신경제학협회(INET) 사무총장은 2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주요 이머징 국가들은 통화가치를 선진국 대비 25∼30% 절상해야 한다”면서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이들 국가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고성 발언은 이미 달러화의 아시아 유입으로 이머징 마켓의 통화절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한국도 이제 본격적으로 환율전쟁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개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외환 당국은 한때 달러당 1198원대를 유지하던 원화 가치의 상승을 용인하다 29일 장중 1139원을 기록하자 미세조정을 통해 이른바 최중경 라인(최 경제수석이 2004∼2005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고집하던 환율 지지선)으로 통하던 1140원대를 간신히 유지했다. 30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원 떨어진 달러당 1140.2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는 원화절상 속도를 줄일 수는 있어도 미국이 추가적인 양적 완화에 나설 경우 밀려드는 달러로 이 지지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과도한 원화가치 절상은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함으로써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은 과감한 외환정책을 펼 경우 무역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을 살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7개월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경상수지가 올해 280억 달러 흑자로 예상돼 중간선거에서 표심을 의식한 미국 정부로부터 환율압박은 물론 통상압력까지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개도국의 무역불균형 초래 문제는 어차피 불거질 뇌관이었고 한국도 몇 개 안 되는 불균형 초래 국가로 의심받고 있다”면서 “G20 의장국으로서 정식 의제는 아니더라도 원칙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압박을 피해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