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이익 10% 의무적 서민대출 방안… “포퓰리즘” vs “공공성 회복” 팽팽
입력 2010-09-30 21:19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의무적으로 서민대출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본보 9월30일자 13면 참조>
논란의 밑바닥에는 은행의 공공성 회복과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동전의 양면처럼 서 있다. 한쪽에는 “은행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세금으로 살렸는데 정작 서민들이 어려울 때 외면한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반대편에는 체감경기가 여전히 차가운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와 여당이 은행들의 손목을 비틀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포문은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대책특별위원장이 열었다. 법을 만들어 아예 일정 비율로 대출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은행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서민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새로 출시해 10%라는 목표를 맞추겠다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별 은행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제2 희망홀씨’ 나오나=30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29일 오후 홍 위원장을 만났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햇살론 출시로 사실상 취급이 중단된 희망홀씨를 대체하는 새로운 서민 금융상품을 도입하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이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수준에서 매년 목표액을 설정해 지원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4일 은행장 협의를 거쳐 다음주 초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새로 도입하는 서민 금융상품은 신용등급 4∼6등급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대출 금리는 햇살론 금리(평균 연 13%)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홍 위원장은 서민대출 의무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은행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고,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유사한 법이 있다는 것도 힘을 실어준다. 미국은 1977년 지역재투자법(CRA)을 도입했다. 90년 한층 강화된 이 법은 금융회사가 일정 비율로 지역 내 소기업·소농장·지역개발기관에 대출을 하고, 중간소득 이하 계층에는 모기지 대출을 하도록 하고 있다.
◇포퓰리즘 논란=전문가들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여신전문회사, 대부업체로 세분화한 금융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든 금융회사가 서민 금융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서민 금융회사가 해야 할 부분까지 은행이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금융 산업 전체에 부작용을 남긴다”고 꼬집었다.
은행권도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면 캐피털 회사나 저축은행 등은 기존 고객을 잃어버리게 된다. 금융 산업의 기본 틀이 파괴되는 것”이라며 “서민대출 비율 규제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연합회가 밝힌 새로운 서민 금융상품이 순조롭게 나올지 미지수다. 은행들은 각 은행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