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인권 유린’ 첫 제재… 실질적 효과 있을지는 의문

입력 2010-09-30 19:08

미국이 이란 정부 관리와 군 사령관 8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야당을 탄압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는 이유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9일 이란 혁명수비대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과 사데크 마흐술리 내무장관 등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해 제재를 가했지만 인권 유린을 이유로 제재를 부과한 건 처음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들은 지난해 6월 대통령 선거 결과에 저항하는 이란 시민들을 임의로 체포해 구타·고문·강간하도록 지시했다”며 “정부를 향해 투명성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구금된 시민들을 두둔하기만 해도 탄압을 가했다는 수많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이들은 야당의 활동을 금지하고 일부 신문을 폐간시켰는가 하면 시위 참여자들을 구금·살해하는 활동을 주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파리 총사령관은 군을 파견해 시위대와 저항세력을 구타·체포·살해하도록 지시했고, 마흐술리 장관은 선거 직후 테헤란대학 기숙사를 급습해 학생들을 구타·체포했다. 나머지 6명의 제재 대상은 체포된 이들이 수감된 에빈 교소도와 카리작 강제수용소 책임자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이후 시위가 격화됐을 때 미국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이란 당국이 야당을 ‘친미세력’으로 몰아붙일 빌미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인권활동가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 문제에만 매달리면서 인권 문제는 외면한다고 비판해 왔다”고 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인권 유린의 명백한 증거를 축적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제재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재 대상 8명의 미국 내 자산은 미미하고, 미국을 방문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자파리 총사령관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카네기 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드자드푸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제재 대상이 된 8명은 미국의 조치에 코웃음을 칠 것”이라며 “이들이 국제적인 문제아로 지목된 만큼 유럽 국가와 캐나다가 동참해야 훨씬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