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사업을 해부한다] 美, 中企기술혁신개발법 제정 자금 지원하고 상품화도 도와

입력 2010-09-30 18:02

한국에서는 구글과 애플 같은 업체가 태동할 수 없는 걸까.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하는 방법은 뭘까.



국회 지식경제위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에서 시행 중인 소기업혁신연구사업(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법을 제정한 미국은 SBIR을 도입해 단계별로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상품화까지 돕는다. 1단계는 기술개발 타당성 조사로 6개월간 최대 25만 달러를 지원한다. 2단계는 1단계 통과 기업을 대상으로 상업화 목적의 연구개발을 위해 3년 이내 최대 75만 달러의 국비를 투입한다.

마지막 3단계는 제품의 상업화 단계다. SBIR 이외의 정부기관이나 민간이 나서서 소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중소기업청이 나서서 시범사업으로 비슷한 모델을 시행 중이지만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다. 아직까지 대다수 R&D 과제는 단계별 지원이 아닌 일괄 지원 방식이다.

정 의원은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사업에 대해서도 “특허권 등을 주관업체인 대기업만 가지지 말고 R&D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정부가 조정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서울 소재 대학의 전자공학 전공 교수도 “중소기업이 R&D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면 단계별 성과를 측정해 지원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당장의 산업화 가능성보다는 잠재적 기술역량 차원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스마트폰하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입니다. 그걸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는 각각 애플과 구글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삼성은 휴대전화로 세계를 제패했었지만 지금 그들의 소프트웨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기 투자가 어려운 만큼 그런 부분을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환경을 정부가 마련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국가 R&D 사업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