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처음 만나는 영화제 서울자전거영화제… 마침내 서울에 풀어놓는 40가지 이야기

입력 2010-09-30 18:16


BFF(Bicycle Film Festival). 자전거영화제는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됐다. 창립자인 브렌트 바버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버스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뒤 자전거 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운동을 구상했다. 그가 떠올린 것은 영화제. 자전거와 영화, 여기에 공연, 전시, 파티 등을 끌어들인 도시 젊은이들의 문화축제를 상상한 것이다.

뉴욕BFF는 첫 회부터 매진을 이루며 대성공을 거뒀고 시카고BFF, 마이애미BFF 등 미국 10여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와 영화를 즐기는 풍경은 BFF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영화제는 외국으로도 확산돼 밀라노BFF, 파리BFF, 런던BFF, 밴쿠버BFF, 시드니BFF, 상파울로BFF 등 세계 37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와 대만 타이베이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서울에 BFF가 상륙한 것이다.

뉴욕에 사무실을 둔 BFF 본부는 매년 전 세계를 상대로 자전거 영화를 공모한다. 자격이나 형식, 분량 등에 제한은 없다. 자전거를 소재로 한 영화면 된다. 올해는 모두 300여편이 응모했고, 이 중 40여편이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상영작에는 자전거 경주와 선수, 제조업체, 장인, 여행자, 메신저, 동호인, 묘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적인 작품이 많지만 극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있다. BFF 본부는 이 영화들을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영화제를 연다.

서울BFF는 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일까지 이어진다. BFF 본부 관계자는 지난 27일 미국 보스턴BFF를 끝내고 29일 서울에 들어왔다. 서울BFF가 끝나면 곧바로 남미로 날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BFF를 통해 자전거 문화가 지구적으로 소통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BFF는 광고회사 스웰홈을 운영하는 조성은(38)씨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조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뉴욕 본부를 오가며 얘기해온 끝에 서울BFF 개최 자격을 올 1월 따냈다. 자전거 경력 10년이 넘고, 3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는 그는 자비를 들이고 자기 사무실을 이용하면서 자원봉사자 30여명과 함께 영화제를 준비했다. 그는 “자전거영화제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모이는 축제이자 자전거 문화를 확산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영향력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에 대한 얘기가 건강이나 레저, 교통 등에 한정됐다”며 “영화제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 등 자전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1∼2일 이틀간 서울 합정동 카페 ‘앤트러사이트’(02-322-0009)에서 볼 수 있다. 영화 관람은 유료. 1시간30분짜리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하나를 보는 데 6000원을 내야 한다. 표는 현장에서만 판매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를 만든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버스 오브 빅 에어(Birth of Big Air)’, 뉴욕에서 자전거를 제일 잘 타는 라이더들의 이야기 ‘엠파이어(Empire)’,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거리 레이스 모습을 촬영한 ‘루카스 부르넬의 시야(Lucas Brunelle Line of Sight)’ 등이 조씨가 추천하는 작품이다.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쿠바 감독의 작품까지 상영되지만, 아직까지 한국 감독이 이 영화제에 출품한 적은 없다. 영화제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