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당수직’ 혈투 벌였던 英 노동당 이번엔…

입력 2010-09-30 19:07

‘형제간 결투에서 부부간 대결로.’

당수 자리를 놓고 형제끼리 경쟁을 벌였던 영국 노동당에서 이번엔 예비내각(집권에 대비해 구성한 야당의 내각) 재무장관직을 놓고 부부가 싸우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어색한 처지의 주인공 부부는 이베트 쿠퍼(41) 전 예산담당 장관과 에드 볼스(43) 전 초중등교육장관이다. 올 초 당수 후보 자리를 놓고 한 차례 경쟁을 벌였던 이들이라 현지 언론은 더욱 흥미를 갖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에드 밀리반드 신임 당수가 쿠퍼를 재무장관에 앉히고 싶어한다고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문제는 이 자리를 남편 볼스가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것. 볼스는 전날 열린 의원총회 기조연설에서 포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예비내각 교육장관 자격으로 연설하면서도 내용 대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두 사람 모두 재무장관 후보로 손색없는 경력을 가졌다. 흥미로운 건 이력이 기이할 정도로 겹쳐진다는 점이다. 두 사람 다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를 나왔고, 유력지 시니어 기자(아내는 인디펜던트, 남편은 파이낸셜타임스)로 일했다. 노동당 집권시절 재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같다.

쿠퍼가 이번에도 남편을 위해 양보할까. 지난번 당수 후보 경쟁에선 부부 회의 끝에 포기했었다. 함께 정치판에서 싸울 경우 가족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두 사람은 2녀1남의 자녀를 두고 있다. 쿠퍼가 과거처럼 양보할지는 미지수다.

판세는 아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밀리반드는 노동당 집권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최측근인 볼스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의 재무장관직 수락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볼스는 “그녀는 탁월한 정치인이자 아주 멋진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당 지도자에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