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사업 ‘몰아주기’ 심하다… 정부출연 연구소·대기업 상위 10위권 사업 독차지

입력 2010-09-30 21:42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주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기업에 대한 몰아주기 양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KEIT)이 국회 지식경제위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0년 R&D 과제 수행 현황’을 30일 취재팀이 분석한 결과, 금액 기준으로 과제 수행자 상위 10위는 모두 출연 연구소와 대기업이 차지했다.

1위에 오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모두 179건 과제를 수행하며 3957억여원의 예산을 타 갔다. 2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83건 469억여원, 3위 전자부품연구원은 48건 438억여원이다.

기업 가운데 1위는 현대자동차였다. 32건 과제를 수행하며 370억여원을 지원받고 있다. 전체 순위로는 4위다.

현대차는 ‘배터리 교환식 차량용 휠 모터 구동 시스템 개발’ 등 전공인 그린카 분야는 물론 현대로템 등과 함께 ‘산업노동자 지원을 위한 착용식 근력증강 로봇기술개발’ 과제를, 한국타이어 등과 함께 ‘우레탄 유니 소재 활용 친환경 타이어 제조기술’ 등 관련 분야 연구에까지 적극 참여해 정부 출연금을 얻어냈다.

다양한 전공의 교원을 확보한 대학을 순위에서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4건 69억여원(16위), 삼성전기 4건 51억여원(18위), 포스코 7건 46억여원(21위), LG이노텍 3건 36억여원(26위) 등 굵직한 대기업이 국비 지원 30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자통신연구원 측은 “총 1724명의 정규직 연구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고 과제 수주에 적극적이므로 수행 실적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기관의 S모 책임연구원은 2009년 한 해에만 모두 13건의 연구 과제를 맡았다. 10건 이상 과제를 맡았던 연구원도 총 16명이었다.

아무리 연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세부 첨단 기술 분야를 한 해 5건 이상 맡아 성과를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연구원 측은 “한 해에도 여러 연구가 끝나고 시작하고 해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인정받는 R&D 과제는 인증시스템을 바꿔 출연연이나 대기업을 끼지 않더라도 공모에 참가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은 자체 R&D 자금도 풍부하고 자구력도 있으니 이런 점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