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이롱환자, 더는 발 못붙이게
입력 2010-09-30 17:39
살짝 스친 접촉사고일 뿐인데 상대방 운전자는 뒷목을 감싸 쥐며 아프다는 시늉을 한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간단한 조사를 하고는 합의를 보라고 말한 후 현장을 뜬다. 가해자는 보험처리를 하겠다며 연락처를 건네주고, 피해자는 병원에 드러눕는다. 국내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이 일본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독 대형 사고가 많은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리 입원 환자가 많은가. 사회가 도덕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돈 빼먹는 것이 삶의 지혜로 치부되고, 정직한 사람은 자칫 바보 취급을 받는다. 일부 양심불량 병원들은 교통사고 가짜 환자를 대거 유치, 돈벌이에 나선다. 그렇게 빠져나가는 돈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는 다음달부터 두 달 동안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나이롱환자’ 집중 점검에 나선다고 그제 밝혔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핑계로 서류상으로만 입원하는 부재환자를 적발해 해당 병원에 내년부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권한 없는 손보협회에 맡겨 왔던 나이롱환자 문제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나이롱환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지적과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무딘 나라, 무책임한 정부가 있을까 싶다. 정부가 오히려 나이롱환자를 양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긴 했지만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흔히 그래왔듯 집중 단속이 끝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없지 않다. 과태료 300만원으로 과연 제재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가짜 환자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방안이 강구돼야지 가짜 환자가 병원에서 이탈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된다.
나이롱환자는 꼭 보험료 인상과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사회 정의와 질서 확립 차원에서 반드시 도려내야 할 우리 사회의 치부다.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병원에 드러눕는 사람이 일본보다 10배가 많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