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부·지경부 장관은 그냥 가도 되나

입력 2010-09-30 17:37

이명박 대통령은 1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곧바로 외교통상부 장관 후임자를 지명할 계획이다. 외교부의 경우 유명환 장관이 딸 부정 특채 의혹으로 사퇴하고 한 달 가까이 장관 자리가 비어 있다. 국무총리가 임명장을 받으면 그의 제청을 받아 지체 없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장관을 교체키로 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의 경우 후임 장관 인선을 마냥 미루고 있다. 이 대통령은 8·8 개각 때 문화부 장관 후보자에 신재민씨, 지경부 장관 후보자에 이재훈씨를 지명했다. 기존 유인촌, 최경환 장관에 대한 경질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하지만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는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문화부와 지경부에는 기존 장관이 계속 근무하고 있으므로 공석은 아니다. 법적으로도 하자는 없다. 하지만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장관을 모시고 일하는 두 부처 직원들에게 일이 손에 잡힐지 의문이다. 청와대 분위기를 들어보면 두 장관의 경우 연말이나 연초까지 계속 근무하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회 국정감사와 G20 회의 등을 앞두고 어수선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된다. 바꾸기로 마음먹었으면 인사 청문회란 다소 어려운 절차가 있긴 하지만 바꾸는 게 순리 아닌가. 대통령이 특정 시점에서 그 자리에 그 사람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교체를 결심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일단 좀 더 일해 보시오”라며 뭉개는 것은 기이한 발상이다.

시한부 장관이 일을 열심히 할 리 없다. 분위기상 열심히 하기도 어렵다. 모르긴 몰라도 의례적인 행사나 챙길 뿐 중장기적인 정책기획 같은 것은 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문화부는 문화 예술 체육 관광 종교 언론 국정홍보 등 업무가 방대하다. 지경부도 교역확대 자원개발 에너지산업 육성 등 신경 써야 할 게 무궁무진하다. 소속 공무원들이 심기일전해서 일할 수 있도록 두 부처 장관을 하루빨리 교체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