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中 환율 제재법안’ 가결… 위안화 절상 압력수단 작용할듯
입력 2010-09-30 21:29
미국 하원이 29일(현지시간) 환율조작 의심 국가에서 수입한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중국을 겨냥한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실제 법으로 제정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 압력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원은 이날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찬성 348표, 반대 79표로 가결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 99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미·중 관계가 문화 정치 외교 경제 상업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원칙에 따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상대국 정부의 환율조작 행위를 ‘불공정한 정부 보조금’ 범주에 포함시켜,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상원도 관련 법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환율제재법안 하원 통과를 앞세워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여러 번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법안 찬성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불확실한 상황으로 남겨두고 압력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 야오젠 대변인은 이 법안에 대해 “환율을 이유로 반(反)보조금 조사를 벌이는 것은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미 의회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일부러 낮게 유지해 싼 가격에 물건을 수출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찬성 의원들은 이 법안이 제정될 경우 일자리 100만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행정부가 중국에 절상을 압박할 효과적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 법안 통과를 요청했었다. 법안 통과로 양국의 환율 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미 미·중은 미국산 닭 제품과 중국산 동파이프에 서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환율 전쟁이 다른 국가들의 환율 개입을 불러일으켜 세계 경제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두 나라도 잘 알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미 하원의 표결 직전 위안화 탄력성을 높이겠다는 성명을 낸 것도 일종의 ‘휴전 제안’으로 보인다.
법안이 중간선거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고 해석하고 선거 뒤엔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위안화 절상이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