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를 향한 그리움, 회고집으로 나오다

입력 2010-09-30 16:20


[미션라이프] 옥한흠 목사가 소천한 지 한 달여, 그를 기리는 회고집이 나왔다. ‘은혜의 발걸음 옥한흠’(사진. 국제제자훈련원). 국내외 교계는 물론 정치 경제 시민단체 등 각계 64명 인사들이 고인 없는 현실을 탄(嘆)하고 있다. 고인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마치 옥 목사 소천 직후의 슬픈 광경으로 돌아간 듯하다. 하지만 고인이 뿌려놓은 씨앗이 어느덧 나무로 자라나고 있다는 희망의 소식도 전하고 있다.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변호사는 “목사님은 그리스도인들로부터만 존경을 받은 게 아니라 나 같은 국민들도 흠모하고 사표로 생각하고 따랐다”며 “목사님은 한국 교회의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큰 별이었고 정신적 지주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한국 교회의 회개와 자성을 이끌어 오셨는데 이제 누가 그 역할을 담당할 건가?”라며 고인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손봉호(서울대 명예교수) 장로는 “목사님은 나와 동갑이나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였고 그런 인상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며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후에도 자주 만나 교제했고, 남한산성으로 소풍을 같이 가기도 했다. 그때 그가 카메라를 들고 왔던 것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또한 “나는 큰 교회를 좋아하지 않고 대교회주의를 많이 비판했지만 옥 목사의 사랑의교회만큼은 비판하지 못했다”며 “큰 교회의 많은 약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랑의교회에는 없었고, 오히려 많은 장점이 그 약점들을 능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장로는 “그가 일산 지역에 위성으로 설교할 수 있는 지교회를 설립하려다 그 지역 교회들이 반대하자 즉시 그만둔 것은 나를 감동시켰다”며 “그가 단순히 교회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 목회자가 아님이 그것으로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옥 목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목사님께서 제게 안수기도를 받으러 오셨을 때”라며 “당시 목사님은 성령충만을 위해서 저에게 안수를 받겠다고 하셨다”면서 “저는 목사님을 적극 만류하며 오히려 저에게 안수해 주시기를 원한다고 간청했고, 결국 저와 옥 목사님은 무릎 꿇고 얼싸안으며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조 목사는 “목사님은 그토록 주님을 향한 열망이 가득하고 겸손하시며 진실하셨다”며 “한국 교회의 성숙을 위해, 세계 교회의 갱신을 위해 제자훈련으로 수많은 평신도와 목회자를 훈련하며 양성하신 목사님의 업적과 열매는 한국 교회에 사회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장) 장로는 1980년대 초 예장 합신이 예장 합동에서 갈라져 남서울교회에서 신학교를 개교하던 때를 회고했다. 초청을 받아 경건회를 인도하던 옥 목사는 사무엘상 22장의 다윗의 아둘람 굴에 대해 설교했다. 이에 대해 이 장로는 “목사님은 설교에서 다윗 당시 의지할 곳이 아둘람 굴이었듯이 신군부에 의해 고난당한 자들이 찾아가 위로를 얻어야 할 곳이 바로 교회여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셨다”면서 “당시 복음주의권에서 그런 설교가 쉽지 않았던 때에 그는 말씀을 시대 상황에 비춰 적절하게 성육화했다”고 평가했다. 이 장로는 1980년대 중반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태동할 수 있었던 데도 옥 목사가 소개한 한 기업을 통해 가능했던 사실을 공개하며 “목사님은 한국 교회와 사회의 필요를 공감하고, 선견(先見)하는 지도자적 혜안과 그 필요에 대비해 많은 인력을 준비해 가는 자세를 갖춘 분이었다”고 밝혔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1970년대 성도교회 대학부 초창기 당시 옥 목사의 첫 제자이자 사랑의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그는 “목사님은 세상 모든 영역을 하나님의 영역으로 파악하셨던 분”이라며 “목사님은 제자들에게 교회 밖으로 나가 직업을 통해 세상을 복음으로 정복하고 하나님 나라로 바꾸라고 가르치셨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목사님한테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노력의 중요성과 그 한계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30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더 노력하는 것과 아침 첫 시간에 기도와 경건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제자훈련은 세상과 직업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모든 세상과 사람을 하나님 나라와 권세로 인도하는 목표를 갖게 했다”며 “그래서 나는 목사님의 제자훈련을 제2의 종교개혁을 여겨왔다”고 고백했다.



사랑의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백화종 국민일보 부사장은 “목사님의 설교는 항상 비장했다. 죄 많아 감추고 싶은 내면을 들켜 질책을 받는 느낌이었다”며 “그러나 나쁜 짓 한 학생이 불안해하다가 선생님께 들켜 꾸중을 듣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듯,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면 죄 사함 받은 양 영혼이 편안해졌다”고 고백했다.

한완상(전 부총리) 장로는 “때로 목사님의 설교를 접할 때마다 코미디언처럼 은혜롭지 않게 설교하는 분들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면서, 새삼 목사님의 진지한 말씀에서 큰 은혜를 받았다”면서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사랑의 공동체는 어려워지는 이 심각한 모순 앞에서 옥 목사님처럼 진솔하게 고민하고 하나님께 호소하는 눈물의 목회자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옥 목사님의 고뇌와 고독은 바로 갈릴리 예수님의 고뇌였음을 새삼 깨닫는다”며 “오늘의 한국 목회자들이 목사님의 삶과 목회에서 옥처럼 빛나는 그의 고민과 고뇌와 겸손을 이어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말콤 맥그리거 SIM국제선교회 총재는 “2008년 11월 SIM 국제본부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 지도자들을 사랑의교회 CAL 세미나에 참석시켰다”며 “참석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돌아갔으며 이미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 잠비아 지역에서 제자훈련을 교회 사역에 접목하려는 노력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