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회의, 환율·무역전쟁터로 변질되나
입력 2010-09-30 18:27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환율 전쟁, 무역 전쟁터로 변질될 조짐이다. 일본이 엔고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주요 선진국들을 자극한 데 이어 미 하원은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엔히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 등은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공언, 의장국인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주 타깃은 중국이겠지만 환율이 이슈가 될 경우 외환시장에 빈번히 개입한다는 눈살을 받아온 우리나라의 처지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가 다뤄질 것인지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환율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서울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 합의 도출을 위한 자리인데 특정 국가의 환율문제가 정상회의에서 다뤄지면 주요 의제 논의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율 전쟁이 보호무역주의로 확산될 경우 세계 교역량이 축소돼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중국 미국 영국 한국 등이 적극적으로 자국 통화 상승을 저지하고 있어 세계적인 환율 전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브라질과 다른 국가들이 자국 통화 절상 비용을 피하기 위해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서는 11월 회의에서는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고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협력체계)’ 속에서 환율 시스템 개혁을 논의하거나 당사자 간 양자 협의를 통해 환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 환율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주요 의제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서울 정상회의는 국제공조를 논의하고 힘을 모으는 자리지 싸우려고 모이는 전쟁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