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처음 만나는 영화제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 감독 12명 3.5인치에 세상을 담다

입력 2010-09-30 10:16


미국 애플사의 휴대전화 아이폰4가 한국 시장에 출시된 게 지난 10일.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이 열린다. 정윤철 봉만대 이호석 등 국내 영화감독들이 아이폰4로 촬영한 5∼10분 분량의 단편영화 12편을 선보인다.

아이폰4로 찍는 건 영화다. 동영상이 아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라는 상품을 휴대전화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4로 촬영은 물론이고 편집이나 타이틀 제작, 믹싱(대사와 음악을 넣는 작업)까지 가능하다. 값비싼 장비들 없이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휴대전화로 찍는 영화, 제작비 0원의 영화. 아이폰4 영화의 등장은 기술의 진보 덕이다. 영화관에서 틀어도 화질이 흐려지지 않는 HD급(720p) 고화질 영상,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내장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영화 편집용 애플리케이션 ‘아이무비(iMovie)’. 아이폰4에 적용된 이 세 가지 기술이 영화 제작을 가능케 했다.

지난 27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할 단편영화 ‘우린 이런 사람이야’(가제)를 촬영하고 있는 임필성 감독을 만났다.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 등을 만든 30대 후반의 젊은 감독이다.

현장 분위기는 일반적인 단편영화 촬영장과 다를 바 없다. 남자배우 2명이 식탁에 앉아 연기를 하고, 감독이 서너 명의 스태프 사이에서 “액션”을 외친다. 카메라만이 특별하다. 카메라 받침대에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폰4가 올려져 있다. 카메라 감독은 이걸 들고 앞뒤 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장면을 담아낸다. 아이폰4에는 줌 기능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촬영은 이날 하루 20시간 만에 끝났다. 편집은 29∼30일 이틀에 걸쳐 완료했다. 임 감독은 “촬영은 100% 아이폰4로 했고, 편집은 아이무비가 손에 익지 않아 기존에 쓰던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아이폰4 영화를 만들어본 소감을 묻자 “새로운 매체로 작업하는 게 흥미진진했다”며 “화질이 우수해 조명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앵글이 나온다든가 하는, 카메라가 작아서 생기는 몇몇 장점들이 분명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크게 욕심을 안 부린다면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럴듯한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극장상영용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지 몰라도 단편영화나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CF 등에서는 폭넓게 사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아이폰4 영화가 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휴대전화는 영화 제작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인가? 기성 영화판에서 경력을 쌓아온 감독 12명이 먼저 찍어본 아이폰4 영화들을 보면 어느 정도 대답이 나올 것이다.

7∼31일 서울 세종로 KT 올레스퀘어에서 이 작품들이 상영된다.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페스티벌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도 영화를 볼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해운대에 설치된 ‘쿡존’에서 특별상영회(8∼14일)를 갖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