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한국형 노인부양

입력 2010-09-30 18:16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곳에 노모( )를 버리는(捨) 산(山)이란 뜻의 우바스테야마(姨捨山 또는 捨山)가 있다. 옛날 옛적 산골 마을에 양식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늙은 부모를 산에 버렸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이른바 일본판 고려장이다.

전설은 후카자와 시치로(深澤七郞)의 소설 ‘나라야마부시코(楢山節考, 1956)’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고 두 번이나 같은 이름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그중 일본의 국민배우 오가타 겐(緖方拳)이 열연하고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이 만든 1983년 작품이 수작으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일본에서는 오래 전 죽은 부모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해 부모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착복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 세상을 크게 놀라게 했다. 죽은 이의 연금을 부당 사취한 사례는 일본뿐 아니라 그리스에서도 수백 건이 확인됐다고 외신은 전한다.

우바스테야마 전설과 사자(死者) 연금 사취는 다른 사연인 듯하지만 반인륜이란 점에선 똑같다. 또 이 둘은 한 사회의 부양능력이라는 주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입을 줄이려고 노모를 산에 버려야 했던 전설의 시대와 산 자의 삶을 유지하려고 사자의 연금을 부당 취득하는 21세기.

슬픈 전설이 오늘의 현실과 겹쳐져 보이는 세태가 끔찍하지만 인구부양은 피해갈 수 없는 인류의 과제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거리다.

‘2010년 고령자통계’ 전망에 따르면 20년 뒤에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2명이 65세 이상 노인(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지금은 6.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한다. 게다가 독거노인 가구도 10가구 중 한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선진국들은 노후 보장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큰소리쳐 왔지만 최근엔 개인 책임을 더 강조한다. 재정 부담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노후 복지체계가 미흡해 노인가구의 주 소득원은 자녀들로부터 받는 이전소득으로 전체의 33.1%나 된다. 서구 선진국들은 물론 일본에도 거의 없는 현상이다.

이를 부끄러워하기보다 끈끈한 가족 간 유대관계, 효심 등 우리 고유 전통의 이점을 살리는 게 맞다. 노인부양을 국가와 가족이 나눠 지면 재정 부담도 줄이고 가족 해체도 최소화할 수 있겠다. 여기에 건장한 고령자들의 자활의지까지 가세하면 더 좋겠고. 어제는 14번째 맞는 노인의날이었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