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좌우하는 삼성의 ‘파워’
입력 2010-10-01 01:06
‘삼성전자가 국제수지도 좌우한다?’
대기업이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특정제품의 수출 등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파워는 수출뿐 아니라 서비스 수지, 경상이전 수지 등 다방면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8월 삼성전자의 해외지출액이 급증하면서 각종 수지에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30일 한국은행의 8월 중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서비스수지 중 기타사업기술전문서비스수지는 올 1∼8월 131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3억1000만 달러보다 19억 달러 가까이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타서비스 항목 중 ‘광고·시장·여론조사서비스’는 8월 4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달(2억3000만 달러 적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1∼8월 ‘광고·시장·여론조사서비스’ 적자 규모는 26억3000만 달러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된 2006년 이후 최대이다. 이 항목이 큰 적자를 보인 데는 ‘삼성전자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한은 국제수지팀 노충식 차장은 “8월 삼성전자 해외광고비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광고·시장·여론조사서비스’ 수지 적자폭을 키웠다”며 “삼성전자의 해외광고비 지급액이 2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8월에 해외광고지급결제가 몰렸다”며 “전략제품의 해외 판촉 등으로 인해 광고지급비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인이나 단체가 해외로 보내는 송금 등을 포괄하는 경상이전수지에서도 삼성전자의 위력이 드러났다. 8월 경상이전수지는 적자 규모가 2억8000만 달러에서 4억5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여기에는 해외 송금지급액이 9억9000만 달러로 월별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해외송금액이 급증한 이유로 ‘삼성전자의 거액 과징금’을 꼽았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D램 반도체 가격담합 혐의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각각 1억4573만 유로(한화 약 2219억원), 5147만 유로(7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징금이 8월에 처리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과징금만 2억 달러 수준이어서 경상이전수지 적자 규모가 커진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국제수지 각 항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