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뒷돈 의혹?… 임천공업 대표 “40억대 건넸다” 진술 파장
입력 2010-09-30 21:28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40억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구속된 임천공업 이모 대표는 검찰에서 ‘천 회장에게 대출 청탁 등을 위해 자문료, 주식 대금 반환, 현물 등 다양한 형태로 총 40억대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천 회장 회사인 세중나모여행사가 서울 성북동에 짓고 있는 세중옛돌박물관에 12억원어치의 철근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천 회장 자녀들이 매입한 임천공업과 그 계열사 주식 대금 25억7000만원도 기부금 형태로 천 회장에게 되돌려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임천공업과 천 회장 간 관계는 여러 의혹을 낳았다. 임천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수백억원대 선급금 계약을 맺는 등 호의적 관계 속에 매출액이 2007년 646억원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1185억원, 2009년 1638억원으로 급증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천 회장과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계속 제기해왔다. 따라서 이 대표가 천 회장에게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사실이 맞다면 이 거래가 단순한 사적인 거래인지, 아니면 모종의 이권에 따른 대가인지 검찰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남 사장이 현 정부 집권 이후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천 회장의 도움을 받았고, 남 사장이 그 감사 표시를 이 대표에게 대신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는 만큼 사실 관계 소명을 위해서라도 천 회장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피의자 진술에 등장했다고 모든 사람을 다 부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 전부터 천 회장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됐는 데도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뤄지지 않고 있어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사는 뇌물 관련 판결이 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했으면서도 벌써 몇 달째 지속되는 천 회장 의혹에 대해선 시종일관 조심스런 행보만 보이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천 회장이 원래 다른 사람들 부탁을 모질게 끊지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현 정부 집권 초기부터 천 회장에 대한 우려가 정권 핵심부 내에 퍼져 있었다”며 “천 회장 소환 여부와 최종 처리 방침은 검찰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 사건은 애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 배당됐으나 재판장인 김용대 부장판사가 “사건 관계인과 잘 아는 사이라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회피신청을 함에 따라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로 재배당됐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