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3점포 “이것이 타격 7관왕 위용”
입력 2010-10-01 01:09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30일 잠실.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10회초 1사 2루 상황. 위기를 맞은 두산 덕아웃에서는 다음 타석에 나선 롯데 조성환을 거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두산 투수 정재훈은 조성환을 고의사구로 거르고 4번 이대호와 승부를 벌였다.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할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한 조성환 대신 10회까지 4타수 무안타에 삼진까지 있는 이대호와 맞대결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타격 7관왕이었던 이대호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화가 난 걸까. 이대호는 정재훈의 3구째 낮은 프크볼을 걷어올려 그대로 좌측 담장 너머로 꽂았다. 호쾌한 스리런포. 그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롯데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초 이대호의 3점 홈런을 앞세워 두산을 4대 1로 물리치고 2연승을 내달렸다. 이로써 롯데는 플레이오프까지 단 1승을 남겨두며 기분 좋게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게 됐다. 반면 두산은 이대호의 방망이를 막지 못하고 안방에서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전날 화끈한 타격전과 달리 이날 경기는 9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두산 선발 김선우는 7이닝 동안 1실점하며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김선우-왈론드-고창성으로 이어지는 두산 투수진은 좀처럼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 역시 두산 타선을 6이닝 3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사도스키에 이어 배장호, 임경완도 상대 타선을 1점으로 묶었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도 선취점은 롯데 몫이었다. 4회초 선두타자인 2번 손아섭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후 3번 조성환의 안타와 4번 이대호 타격 때 유격수 실책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5번 홍성흔 타격 때 공략한 초구가 우익수 플라이 아웃이 됐지만 6번 강민호가 다시 몸에 맞는 볼로 진루하며 밀어내기 1득점했다.
0-1로 끌려가던 두산이 동점을 뽑은 것은 7회 말. 임재철, 이종욱의 연속 안타에 이은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2, 3루를 만든 후 대타 이성열이 투수 앞 내야안타를 만들며 1점을 뽑았다. 하지만 양 팀은 추가 득점에 실패해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팽팽한 9회까지의 승부와 달리 연장 승부는 이대호의 3점포로 쉽게 결정됐다. 전날 전준우에게 홈런을 허용한 정재훈이 또다시 이대호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이틀 연속 패전투수가 되는 멍에를 썼다. 두 팀은 하루를 쉰 후 2일 오후 2시 장소를 부산 사직구장으로 옮겨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른다.
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