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위원장 문희상)는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열고 도덕성과 자질, 국정수행 능력을 점검했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을 고사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병역 면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안간 게 아니라 못간 것”이라며 병역 기피 의혹을 부인했다.
◇병역 기피 의혹=김 후보자가 전날 부동시(두 눈의 시력차가 커서 생기는 장애)로 판정받은 시력검사 결과를 제출했음에도 야당의 의혹 제기는 계속됐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부동시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임을 강조했고, 작고한 친형의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단호하게 부인했다. 안경을 들어 보이며 “부동시일 경우 양쪽 렌즈의 두께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병역면제 자체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그는 “공직자는 가능하면 병역의무를 필한 사람이 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대강 감사 등 감사원의 중립성 논란=김 후보자는 대통령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4대강 감사의 주심을 맡도록 배정 순서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4대강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그는 “사업을 중단시킬 만한 부당한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느냐로 감사 초점을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와 총리직 사전 조율?=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총리 내정 전에 박 대표를 만났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총리 내정 통보를 받기 이틀 전에 만났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실장으로부터 ‘박지원 대표도 호감을 표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다음 날 박 대표를 만나 좋게 평가해준 것은 고맙지만 저로서는 당혹스럽고 달갑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동신대 특혜 및 스폰서 의혹=김 후보자는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에 대해 “청탁받은 바 없고, 우리 사회가 광주법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감사원 7급 공무원을 배우자의 개인 운전기사로 일하게 했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공관 관리직원의 임무에 운전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자녀 유학비용 등의 스폰서 의혹에 대해 그는 “부정한 돈을 받아 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군 가산점제 검토” 등 소신 발언=그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시간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돼야 하며, 군 가산점제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최소한의 부분에서 반영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시절 상지대 판결 논란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심은 13분의 1의 권한만 행사한다”고 밝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