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代세습 선언 이후] “후견인 장성택에 힘 쏠릴라” 이영호에 견제役

입력 2010-09-30 00:14

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은 후계 구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원 아래 친족과 원로 그룹의 조언, 군과 당 엘리트들의 지지를 통해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릐김경희와 장성택의 역할 분담=후계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와 남편 장성택이다. 당 경공업부장을 맡고 있는 김경희는 당대표자회 전날 김정은과 함께 ‘인민군 대장’ 호칭을 받은 데 이어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김경희는 대장 발표 서열에서도 김정은보다 앞섰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다소 주춤한 느낌이다. 장 부위원장은 대장 칭호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후속 인사에서도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 머물렀다. 당 최고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9일 “김경희의 경우 혈육이지만 장성택은 매제다. 김정일로서는 장성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경희·장성택 부부에게로 지나친 권력 집중을 우려, 김경희에게는 당 관리 및 장악을, 장성택에게는 군 관리 및 내부 단속 임무를 나눠 맡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릐김정은 시대의 뜨는 별과 지는 별=당 대표자를 통해 가장 뜬 인물은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최용해 전 황북도당 책임비서다. 이영호는 정치국 위원도 거치지 않은 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직행했다. 김 위원장이 군부를 그에게 맡긴 듯한 인상이다.

최용해는 대장 칭호와 함께 향후 역할과 위상 강화가 예상되는 당 중앙군사위 위원에 입성했다. 그는 빨치산 1세대인 최현의 아들로 김 위원장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당 대표자회 전날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6명이 김정은 후계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명은 김경희 김정은 최용해 외에 현영철 8군단장, 최부일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다. 최부일·김경옥은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나란히 입성했다.

지난 8월 말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한 인물들도 대거 약진했다. 최근 내각 부총리로 승진한 강석주는 당 정치국 위원이 됐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역시 정치국 후보위원과 비서국 비서에 올랐다. 방중 수행단에 있었던 태종수 역시 당 비서와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됐다.

천안함 침몰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당 중앙군사위 위원이 된 것도 눈길을 끈다. 장 부위원장의 측근인 문경덕 당 행정부부장도 당 비서가 됐다. 그를 통해 장 부위원장은 비서국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부의 양대 실세로 통하던 오극렬·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은 지는 별로 분류된다. 김영춘은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선출돼 그나마 체면을 차렸지만,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이 예상됐던 오극렬은 아예 인사에서 배제됐다. 권력투쟁에서 밀렸거나 세대교체의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