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代세습 선언 이후] 中 전문가들 “先軍을 先經으로 바꾸기 쉽지 않아”
입력 2010-09-29 21:31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승계되면서 어느 정도 대외 개방은 추진하겠지만 ‘선군정치’가 ‘선경(경제)정치’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이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지만 대외 정책엔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중심 천펑쥔(陳峰君) 주임은 29일자 동방조보 인터뷰에서 “북한이 경제정책을 약간 조정할 가능성은 있지만 선군사상을 선경사상으로 바꾸기엔 저항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천 주임은 또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강경책은 취하지 않겠지만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핵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도 “북한은 후계자가 정해져도 대내외 정책을 기존 궤도 위에서 답습할 것이어서 남북관계나 북·중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남북연구센터 뤼차오(呂超) 주임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권력 승계가 이뤄져도 대내외적 정책 조정 공간은 크지 않다”며 “이는 북한이 여전히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정치 이념으로 다스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평양에서 특파원을 역임한 쉬바오캉(徐寶康) 전 인민일보 대기자는 “북한의 권력 승계가 이뤄져도 현재의 경제, 사회, 대외 정책이 크게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현행 정책은 김일성의 이념에 크게 좌우된다”면서 “북한의 정책이 급변할 것이란 외신들의 관측은 틀린 것이며 북한은 대대적인 개혁이란 리스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권력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북한은 노동당 대표자회와 권력 승계를 계기로 개혁·개방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중국외교학원 쑤하오(蘇浩) 교수는 “북한이 내부 사회를 안정시키는 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쑤 교수는 또 “한국은 북한의 권력 승계를 응당히 이성적으로 대해야 하고, 북한은 개방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현대관계연구원 쑤징샹(宿景祥) 연구원은 “북한은 개방을 위해 많은 준비와 테스트를 마치는 등 이미 개혁·개방의 기초는 마련했다”면서 “곧 북한식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