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운영으로 유명무실… ‘코디마’의 코미디
입력 2010-09-29 21:20
‘연 예산 30억원, 상반기 사업 집행액은 2000만원.’
방송과 통신 융합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2008년 10월 출범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의 현주소다.
설립 당시 정부는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던 IPTV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디마 설립을 측면 지원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 임원들에게 코디마 설립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250억원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사단법인이지만 협회는 주먹구구식이고 방만한 운영으로 2년 만에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협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협회의 연간 사업 예산은 4억9000만원인데 지난 상반기까지 집행액은 고작 2000만원에 그쳤다.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셈이다. IPTV 병영 영상면회, IPTV 전자민원서비스 등 주요 사업들이 예정돼 있었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해 폐기됐다.
더욱이 협회는 예산의 대부분을 직원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다. 연간 예산이 30억원가량 되는데 이 중 인건비와 사무실·차량 유지비 등으로 구성된 운영경비가 25억원으로 87%나 된다. 코디마 회장은 연봉이 2억4000만원이고, 이와 별도로 9600만원의 대외활동비를 받는다. 사무총장의 연봉도 2억원이 넘는다.
사업비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등 재정 운용도 주먹구구식이다. 협회는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멀티미디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공부방’ 사업비 일부를 외부 인사에게 제공하는 골프공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데 썼다. 또 부서 운영비로 명품 핸드백을 구입해 기금을 낸 회원사 관계사 사장 딸의 결혼 선물로 줬고, VIP에게 돌릴 와인 세트를 사는 데도 사용했다.
설립 당시 신고한 종잣돈 성격의 기본자산을 별도 계좌에 넣어 축적해 두지도 않았다. 최근 방통위 규제개혁법무과의 조사 결과, 협회는 기본자산 8억원을 운영비 관리 계좌에 넣어 운영비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 규제개혁법무과 관계자는 “협회가 꾸준히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축적해야 하는데도 코디마는 기본자산을 운영비와 구분하지 않고 사용해 재정 구조가 불안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설립 때부터 문제로 지적된 ‘통신 3사에 치우친 수입 구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코디마 관계자는 “40여개의 회원사 중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3사가 낸 기금이 24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회원사들은 회비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도현 방통위 방통융합정책과장은 “IPTV시장이 작고 협회도 생긴지 얼마 안돼 이제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다. 여러 회원사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되는 식으로 재원 구조를 좀더 안정적으로 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을 찾아서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