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사회복지상 받은 권경광씨, 뇌병변 장애 딛고 소외 이웃 돌봐
입력 2010-09-29 21:25
“더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과 선배들이 있는데 제가 상을 받게 돼 미안합니다.”
권경광(36·사진)씨는 29일 국민일보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가 공동 주최하는 제81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뇌병변 장애 1급인 권씨는 몸이 불편하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는 사회복지사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탓에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권씨는 대학 시절에도 시각장애인 대필, 재활원 방문 등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다. 대구대 산업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학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서울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장애인 채용시험에 합격해 2008년 3월부터 관악구청 복지정책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일하는 것은 힘들지만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매일 오전 7시30분에 출근한다. 그는 “관악구는 사회복지사의 업무량이 많아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라며 “신청자의 생활환경이나 가족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다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기준에 맞지 않아 기초생활수급권자에 탈락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고,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협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권씨가 일하는 통합조사팀의 주요 업무는 구청으로 기초생활수급권 신청이 들어오면 가정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수급자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독거노인이나 중증 장애인 가정도 찾아간다.
그런 권씨는 지난여름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봉천동에서 어렵게 홀로 지내던 한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권 신청을 했다. 권씨는 할머니의 가족관계를 파악하던 중 딸이 관악구 신림동에 살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아냈다. 권씨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근처에 살면서도 알지 못해 20여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사 일을 “인생 공부”라고 했다.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사람들의 사정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는 후배들에게 “정말 힘든 직업이라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다양한 지역의 어려운 사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외국어 능력 등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