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換시장 개입에 개도국 수출 피해 심각…브라질, 공개적으로 반발 “G20서 다뤄야”

입력 2010-09-29 20:55


세계적 환율 전쟁 시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환율지렛대를 사용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 갈등 문제는 11월 서울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 선진국의 시장개입을 통한 자국통화 절하가 세계자본의 신흥국 쏠림→신흥국 통화 강세→신흥국 수출 경쟁력 저하의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우려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다음 카드로 직접적인 자본통제가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도 엔화 평가 절상을 막기 위해 6년반 만에 시장개입에 나섰다. 스위스도 환율방어를 위해 한 달 만에 800억 프랑을 쏟아 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브라질뿐 아니라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한국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심지어 폴란드까지 시장에 개입하거나 수단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개발도상국들이 피해를 보는 와중에 브라질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브라질은 이 같은 국제자본 흐름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 중 하나다. 헤알화 가치는 6월 중순 이후 4% 이상 상승해 10개월 내 최고 수준에 달했다. 헤알화 고평가는 특히 산업 부문을 위협해 중국 상품과 경쟁하는 브라질 기업의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엔히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28일 “일부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브라질이 피해를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전날 미국 유럽 일본 등을 겨냥해 “세계가 지금 통화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게 우리의 경쟁력을 뺏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제전문가인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29일 “브라질의 불평은 타당하다”면서 현재 벌어지는 환율갈등을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에 비견했다.

BNB파리바은행은 세계 경기회복이 늦어지자 아시아 국가들까지 가세해 환율로 수출 보호에 나서면서 브라질이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8일 “환율전쟁이 발발할 위험성은 낮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리는 IMF 및 세계은행 연차 총회, 서울 G20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그 심각성을 인정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