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최초 노벨 경제학상 수상… 아마르티아 센 교수 “글로벌 정의 위해선 민주주의 발전시켜야”

입력 2010-09-29 21:24

“빈곤하고 (경제적) 성장이 더딘 국가들의 요구사항이 간과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는 그런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출신 아마르티아 센(77)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9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0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센 교수는 이날 ‘세계 문명과 국가의 경계’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광범위한 글로벌 대화 없이는 오염 감축 등 세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와 문명 간의 폭넓은 이해를 가로막는 요소로 ‘세계사에 대한 분리주의적 사고방식’을 꼽았다.

“서구 문명 우월주의자들이 ‘이슬람 세계’와 같은 비서구 세계를 근본적으로 나눠 생각하는 것은 지하드 전사나 테러 세력에게 악용될 수 있습니다. 서구의 파벌주의는 의도치 않게 극단적 지하드 전사들에게 암묵적으로 협력해왔어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문명충돌론’ 등 그가 속한 문명에 따라 인간을 파악하는 관점이 다양한 인간들로 하여금 단일한 정체성만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세계를 분열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센 교수는 “민주주의와 과학 등을 서구만의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글로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모든 곳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하고 각 국가들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합리적인 행위가 경제의 토대라는 주류 경제학 이론과 달리, 센 교수는 평소 이익 극대화가 최적의 경제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니며 경제에 있어서의 윤리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센 교수는 강연에 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해관계 때문에 정의를 저버리는 국제사회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중국이 석유와 기업 이해관계 때문에 미얀마 정부를 지지하고, 인도도 아웅산 여사를 지지하다가 지금은 미얀마 정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뭘 논의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후 런던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처럼 긴박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재정 적자가 큰 문제인지, 당장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핵무기를 말하지만 ‘사람’의 관점에서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부재입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