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랑카’ 종교의 벽 넘어 한국 갑니다

입력 2010-09-29 17:38


스리랑카 라자팍세 대통령, 김해성 목사에 코끼리 한쌍 선물

지난 23일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 위치한 한 호텔 객실 안.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외국인노동자 지원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를 비롯해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열명이 노래를 부르며 코끼리 율동을 했다. 다음날 스리랑카 코끼리 한국행 환송식에서 한국인의 코끼리 사랑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는 전 국민이 부를 줄 아는 동요 ‘코끼리 아저씨’가 있다고 설명하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이 제안을 했다. “1절은 짧으니까, 2절을 만듭시다. 과자 대신 바나나로 하자고요.” 연습이 계속됐다.

24일 스리랑카 ‘빈나월나 동물원’에서 환송식이 끝나자 코끼리 한 쌍이 한국으로 향했다. 다섯 살의 수컷 ‘가자바’(가칭 코리)와 여섯 살 암컷 ‘수겔라’(랑카)는 과천 서울동물원에 새 둥지를 틀게 된다.

코리와 랑카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랑의 열매’로 통한다. 1990년 한 스리랑카 노동자를 도와 준 김 목사에게 스리랑카 대통령이 주는 감사의 선물이다. 이 노동자의 작은아버지가 당시 국회의원이었고 2005년 대통령이 된 것이다.

코리와 랑카의 한국행은 국가적 대사가 됐다. 정부는 노령화된 국내의 암컷 코끼리를 대신할 새 코끼리를 10년 전부터 찾았다.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의 거래 금지로 성과가 없었다. 이를 민간단체가 해낸 것이다.

당일 오전 10시. 김 목사는 마음이 급했다. 행사는 오후 4시. 행사장인 ‘빈나월나 동물원’까지 길어야 3시간 거리지만 갈 길을 재촉했다.

일행도 설렘으로 조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민간 대표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은 저마다 코끼리를 들여오는 데 한몫했다. 신 의원은 스리랑카에 코끼리를 요청하는 최종 문서를 보냈다. 라자팍세 대통령과 김해성 목사의 구두 약속만 믿고 일을 진행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성남에서 병원을 하던 신 의원은 94년부터 김 목사가 데려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무상으로 치료했다.

김 전 장관은 코끼리 수송 등과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냈다. 김 전 장관은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장 시절인 2008년 파키스탄 지진 현장에서 김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 통역이 가능한 현지인을 김 목사가 소개했던 것. 이번에는 김 목사를 도와 한·스 문화친선교류협회(가칭)를 발족하고 상임대표를 맡았다.

고등학생도 있었다. 경기도 분당 이우고등학교 2학년 김민영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살색’ 표기가 인종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 ‘살구색’으로 바꾼 학생이다. 김 목사의 딸이다.

동물원 행사장은 태극기와 스리랑카 국기, 플래카드, 풍선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동물원을 찾은 현지인 100여명이 행사장 안팎에서 관심 있게 지켜봤다. 정부 측에서는 실라랏나 세나랏 비서관, 두리프 위제세카르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현 정치권의 실세이면서 코리와 랑카를 보내는 전 과정에 관여한 세나랏 비서관은 한국과 스리랑카의 협력 기대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김 목사의 선행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종교는 다르지만 김 목사님을 보면 예수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코끼리의 한국행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새벽 1시20분 콜롬보공항의 대기실. 김 목사가 이슬람교 모자를 쓴 현지인에게 말을 걸었다. 현지어 싱할라어로 노래도 들려줬다. ‘보혈의 피’였다. 김 목사는 늘 바빴다.

콜롬보(스리랑카)=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