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代세습 선언 이후] 김정일 16년 걸렸는데… 김정은 ‘권력접수’ 3년내 끝낼듯

입력 2010-09-29 21:4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북한의 후계 구축 작업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공직에 등장해 후계자로 선포되기까지 16년이 걸린 일을 김정은은 불과 3∼4년 만에 이루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3대 세습으로 가는 길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 김정은 스스로의 능력 입증, 권력 엘리트 및 주민 지지, 경제난 극복 등 변수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정은, 후계자 공식 선포만 남았다=김정은은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고, 28일 열린 당대표자회를 통해 2인자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됐다. 공직에 처음 등장해 후계자 내정까지 단 이틀이 걸린 셈이다.

이는 1964년 당 조직지도원(당시 22세)으로 공직에 진출한 김 위원장이 74년에야 당 중앙위 정치위원에 선출된 것과 비교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29일 “김정은을 대장으로 임명하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을 만들어 선출한 것은 단계적 권력승계의 과정”이라며 “김정일이 김일성을 대원수로 추대하고 자신은 원수가 됐듯이 향후 김정은은 김정일을 상징적 자리로 추대하면서 자신이 군사위원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후계자로 전면에 나서긴 부담스러우나 언제든지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서 위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정은은 별도의 당직에 임명되지는 않았으나 대외적으로 김 위원장이 맡고 있는 조직담당비서를 대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김 위원장의 권력 승계 절차와 여러 조건 등을 고려할 때 김정은은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하면서 공식 후계자가 될 전망이다.

◇향후 전망 및 변수=이처럼 후계구도가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남은 수명은 3∼5년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든든한 후원 아래 20년에 걸쳐 후계 구도를 완성하고 지도자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김정은 역시 최고 권력자가 되려면 후계 구축에서 발생할 권력 충돌을 조정해 줄 아버지와 후계 교육을 받을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권력승계 향방은 불투명해진다.

김정은 스스로가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까지 김정은은 별다른 업적이 없고, 일반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경희와 그 남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측근인 이영호 총참모장 등 김정은의 친위대를 당과 군의 요직에 동반 승진시켰다.

하지만 김정은이 직접 후계자로서 능력과 업적을 보이지 않는다면 권력 엘리트들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심부의 지지가 사라지면 민심도 얻기 힘들다.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경제난을 극복하는 일은 김정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사실상 2인자로 내정된 만큼 얼굴조차 감춰졌던 신비주의 전략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북한담당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신비주의 껍질을 벗고 공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결정에서 군과 당을 리드하는 것 모두가 평가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