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사용설명서’ 펴낸 옥성석 충정교회 목사 “참된 믿음은 충성스럽게 실천하는 것”
입력 2010-09-29 17:46
“아이폰4의 무한한 기능 중 몇 개만 숙지해도 ‘손 안에 든 컴퓨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능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핸드폰밖에 될 수 없는 겁니다.”
경기도 고양 충정교회 옥성석(57) 목사는 믿음을 최신 스마트폰에 비유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믿음이란 귀한 선물을 주셨다. 그런데 사용법을 모른다. 그래서 능력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는 요지다. 스마트폰 기능 익히기에 한창인 자신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을 보며 ‘믿음 사용설명서’(국제제자훈련원)란 책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히브리서 11장에 등장하는 믿음의 경주자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선두 주자인 아벨부터 최후 주자인 라합까지 10여명의 절절한 신앙 스토리를 기록했다. 한 편 한 편에 믿음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고민이 깊이 배어 있다.
옥 목사는 1989년, 당시 서울 서대문에 있었던 충정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36세 젊은 목사가 40년 역사의 전통 교회를 맡게 된 것이다. 그는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무려 10년 가까이 젊음과 열정을 다 쏟아 씨를 뿌렸으나 기대했던 열매는 맺히지 않았다. 낙심 중에 강대상에서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밤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6:30)란 음성이 확성기처럼 귓전을 때렸다. 급히 성경을 펼쳐 마태복음부터 시작해 요한계시록까지 ‘믿음’이란 단어를 모조리 찾았다.”
신약성경에서만 ‘믿음’이란 단어가 491번이나 나왔다. 심지어 ‘행함’을 강조한다는 야고보서에서조차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믿음이란 사실도 발견했다. 믿음이 명사형에서 동사형으로, 바울 서신에서는 ‘충성’이란 의미로 사용된 것도 확인했다. 그의 ‘믿음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렇다. ‘참된 믿음은 그저 바라만 보고 마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입술의 고백도 아니다. 내가 믿는 바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행동에 옮기되 충성스럽게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주저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믿음을 삶의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 4월, 충정교회가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전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일산에는 이미 교회가 포화상태였다. 이 때문에 교회 이전을 말리는 동료 목사도 많았다. 하지만 옥 목사는 결국 이전을 실행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전 당시만 해도 장년 재적 180명이던 교회가 지금은 장년만 3000여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더 이상 성장이 없다’는 2000년대라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장인 셈이다. 하지만 옥 목사는 “성도들 중에 어느 누구도 이전을 반대하거나 중도 탈락자 없이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당시 결정이 욕망의 결단이 아닌 믿음의 결단이었음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것은 믿음과 욕망을 혼동하는 크리스천들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열매로 나무를 구분하듯 최종 결과가 믿음이었는지 욕망이었는지를 말해줄 거란 얘기다.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믿는 자들마저 안갯속 같은 현실에서 방황하고 있다. 어디를 의지하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진정한 나침반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게 옥 목사의 주장이다. 믿음을 붙잡을 때 하나님은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선한 목자가 되신다는 주장이다. 하나님만이 진정한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