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代세습 선언 이후] 당대표자회, 3배 증원된 중앙군사위 ‘후계체제 거점’

입력 2010-09-30 00:11

44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3차 당대표자회는 김정은 3대 세습으로 가는 기틀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당대표자회의 결과와 향후 전망 등에 관한 5대 궁금증을 풀어봤다.

릐당 중앙군사위 위상 강화, 왜=이번 당대표자회는 당 조직 정상화 차원에서 공석이 된 주요 당직을 채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조직개편을 통해 당 중앙군사위의 위상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김정은을 위해 부위원장 자리가 신설됐고 인원도 6명에서 19명으로 대폭 늘어 향후 후계 구축을 위한 핵심 포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9일 발표한 개정된 노동당 규약이 “인민군대 내 당조직들의 역할을 높일 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다”고 한 부분은 중앙군사위의 위상 강화를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당초 중앙군사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아래 이을설(89) 이하일(75) 조명록(82) 김영춘(74) 김명국(70) 등 5명의 장성으로 구성됐었다. 그러나 다수가 교체되고, 김경옥 주규창 최용해 장성택 등 민간인이자 김정은의 측근들이 들어갔다. 중앙군사위가 뜨면서 장기적으로 국방위원회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릐왜 하루만 했나, 왜 새벽에 발표=당대표자회는 당초 3일 정도 개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단 하루 만에 끝났다. 과거 1·2차 당대표자회가 각각 4일과 8일간 열린 것과 비교하면 의외다. 이는 이번 제3차 당대표자회가 당 조직과 인사 문제만 다뤘기 때문이다. 과거 당대표자회에서는 인사 문제와 함께 경제발전 계획 등 정책이 함께 논의됐다.

북한이 김정은의 대장 칭호 수여를 28일 오전 1시9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미국 워싱턴의 정오 시간에 맞춘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밤중에 업무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김 위원장의 업무 스타일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릐김정은, 언제 모습 드러낼까=김정은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현지 수행이나 공식 행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당 중앙기관 성원 및 당대표자회 참가자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김정은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을 김영남 최영림 이영호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했다.

릐탈락한 ‘왕자’들의 장래는=한때 후계자로 거론된 장남 김정남(39)은 2001년 도미니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다가 추방돼 현재 마카오에서 머물고 있다. 김정남은 향후 국제미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김 위원장과 경쟁했다가 탈락한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의 경우 1988년 헝가리 대사를 시작으로 줄곧 해외를 떠돌고 있다. 어머니가 같은 김정철은 상대적으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릐후계자 김정은과 후견인 김경희의 사이는=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고(故) 김일성 주석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성택과 결혼을 강행할 정도로 고집이 세다. 김 위원장은 “김경희의 지시는 곧 나의 지시”라고 언급할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김정은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과 남편인 장성택이 충돌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