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 불안 자초하는 후진적 농업정책
입력 2010-09-29 17:35
배추 등 채소가격 폭등으로 전국이 아우성이다. 배추 한 포기가 1만5000원까지 하고 무 1개나 대파 1단이 수천 원씩 한다니 주부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올 봄 이상저온에다 여름의 무더위, 그리고 폭우와 태풍으로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수확이 급감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올해는 기상이변이 심했고 태풍의 위력도 매우 강했다. 하지만 기상이변은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조짐이 있어 왔고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가격 폭등으로 ‘배추민란’이 일어날 지경이라는데 농림수산식품부는 대책 없이 날씨 탓만 하고 있다.
채소류는 상하기도 쉽고 부피가 커서 수입조차 용이하지 않은 품목이다. 반면 우리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식으로, 웰빙 바람을 타고 소비가 점점 느는 추세다. 그만큼 국내 공급량 변동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통이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 시장은 중간상인들만 배불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는 골탕을 먹는 후진적 행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KBS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 일부 중도매상들이 가격 사기로 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도매상들은 위탁판매에 따른 수수료만 받아야 함에도 농민들로부터 헐값에 사들이고 소매상에는 비싼 가격에 넘기는 방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가로채온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 가격은 높아지고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가락시장에서는 지난 7월에도 경매가격 조작, 물품 허위상장 경매 등을 자행해온 경매사와 유통업자 33명이 적발됐다. 농식품부는 당시 더 이상의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락시장은 여전히 비리의 온상이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려면 생산에서 유통을 거쳐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농민이 살고 소비자가 웃는 길이다. 농산물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