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궁륭산 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입력 2010-09-29 17:28
지난 11일 중국 쑤저우 궁륭산 망후루에서 제1회 쑤저우 궁륭산 병성(兵聖)배 세계여자선수권전이 열렸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헝가리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16명의 선수 중 한국에서는 박지은 9단, 김혜민 6단, 이슬아 초단이 출전했다.
궁륭산(穹?山)은 손무가 손자병법을 저술했다는 쑤저우의 사적지이다.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는 3라운드 단판 토너먼트로 우승자에게 20만 위안(약 3600만원), 준우승자에게는 8만 위안(약 14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천하제일의 지혜의 산으로 일컬어지는 궁륭산에서 지혜와 영감을 모든 선수들이 받아가길 바란다”는 중국기원 류승민 원장의 축사로 본격적인 시합이 시작되었다.
1라운드에서는 박지은 9단과 이슬아 2단이 각각 캐나다의 리천슈 초단, 중국의 왕천신 2단을 꺾으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김혜민 6단은 일본의 시에이민 5단에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다음날 펼쳐진 2라운드에서는 박지은 9단이 중국의 송롱후이 5단에게 193수 불계승을 거두며 가볍게 3라운드에 진출했고, 이슬아 초단은 중국의 정옌 2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3라운드에서는 박지은 9단이 탕이 2단에게, 호주 출신의 헤이쟈쟈 초단이 정옌 2단에게 각각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강자들을 속속 꺾으며 결승에 진출한 헤이쟈쟈 초단은 올해 16세로 호주인 아버지와 대만출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 기사이다. 호주에서 태어나 4살 때 대만으로 이주해 6살에 바둑을 시작했다. 현재 가족들은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헤이쟈쟈 초단은 이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만 대표로 선발되면서 대만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출중한 외모와 바둑실력까지 겸비한 헤이쟈쟈 초단은 이번 대회 최고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결승전은 한국의 ‘여자 유창혁’으로 불리는 박지은 9단이 183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싱겁게 끝이 났다. 이번 세계대회 우승으로 박지은 9단은 정관장배(2003년), 대리배(2007년), 원양부동산배(2008년) 등 4관왕을 차지했다.
박지은 9단은 작년 말에 구성된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상비군 훈련에서 올 2월까지 1위를 달렸으나 체력적인 문제로 중도에 포기했다. 4명을 뽑는 국가대표 가운데 상비군 성적 우수자 1, 2위에게 대표자격이 주어지지만 선발전을 통해 2명의 선수를 더 뽑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박지은 9단은 예상외의 패배를 당하며 일찌감치 대표 선발에 탈락했다. 하지만 이런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지은 9단은 안정감 있고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다시 정상에 올랐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