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재수 (7) 기도가 살면 기업도 가정도 산다

입력 2010-09-29 17:08


신권 화폐 발행과 함께 회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그때가 곧 위기였다. 어느 은행이 신형 현금입출금기를 가장 신속하게 배치하느냐. 이것이 그 은행의 능력처럼 평가받는 분위기였다. 여러 은행으로부터 호출이 이어졌다.

“이번에 당신의 능력을 한번 확인해 보겠다. 입출금기를 신속하게 교체해다오. 만약 다른 곳부터 설치하면 당신과 계속 거래하기가 어렵다.”

이 무슨 낭패인가. 약속한 날짜에 제품을 반드시 납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잘못하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관계가 무너질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약속을 하면 더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생산량은 한정돼 있는데 공급은 폭주했다. 경쟁업체의 집요한 공격도 이어졌다. 모든 것이 잘될 줄 알고 우쭐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런즉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린도전서 10장 12절)

기도를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기업은 신용이 자산이다. 상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기업의 이미지는 흐려진다.

“오 하나님, 이것은 선물이 아닙니다. 보너스가 아니라 고난입니다. 차라리 이런 고통 없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나를 공격하는 저들에게 어떻게 맞서야 합니까.”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하나님께 투정을 부렸다. 그날 묵상한 말씀이 출애굽기였다. 모세가 출애굽을 선언했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처음에는 그것을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오랜 광야생활에 지친 그들은 모세를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모세여, 우리가 차라리 애굽에 머물 때가 좋았다. 이건 너무 힘들다.”

아, 내가 바로 부정적인 이스라엘 백성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를 못 견디고 불평한 것이다. 그날 새벽 출애굽기 6장 1절 말씀이 또렷하게 보였다.

“이제 내가 바로에게 하는 일을 네가 보리라.”

떡 속에 가시가 있었다. 회사가 갑자기 성장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리면 나와 사원들이 교만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다. 하나님은 이런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호황’이라는 떡 속에 ‘고통’이라는 이름의 가시를 박아 놓으셨다. 이 모든 축복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망각하고 잘못된 길로 갈까봐 고통의 가시를 주셨다. 복이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면 가시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말씀과 기도의 핀셋으로 솎아내야 한다. 겸손의 그릇에 떡을 담아야 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넘어짐의 앞잡이다. 새벽기도회 때 신명기 31장 20절을 읽는 중에 큰 깨달음이 왔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그들을 인도하여 들인 후에 그들이 먹어 배부르고 살찌면 돌이켜 다른 신들을 섬기며 나를 멸시하여 내 언약을 어기리라.”

눈물이 핑 돌았다. 하나님은 새벽마다 내게 깨달음을 주신다. 미명에 지혜를 주신다. 그것은 세상의 지식이나 지혜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하늘의 은밀한 약속이다. 하늘의 비밀한 음성이다.

“철저하신 하나님, 섬세하신 하나님. 저의 나약한 마음을 미리 아시고 이런 처방을 준비하셨군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 위대한 손길을 믿습니다.”

거래처와의 약속을 모두 정확하게 지켜냈다. 공장은 거의 1년 동안 3교대로 24시간 가동했다. 이번에는 거래처 사람들이 내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말 감사하다. 사장이 직접 우리를 찾아와 설명하고 약속해 준 회사는 없었다. 부를 때마다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선뜻 달려와 준 당신의 겸손과 친절에 감동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가르쳐준 ‘새벽기도 경영원리’다. 기도가 살면 기업도 산다. 기도가 살면 가정도 산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