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09-29 18:53


(12) 성경 번역에 어떤 오류가 있는가

각 나라와 민족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고유의 문자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말하거나 발음할 때는 종족이나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군은 중국인과 일본인을 구별하기 위해 Liewelyn(남자이름)이나 lollipop(막대사탕) 등을 발음시켰다. 그 이유는 일본인은 L 발음을, 중국인은 R 발음을 잘 못하기 때문이었다. 성경에도 그와 비슷한 일화가 있다.

길르앗과 에브라임 사람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들을 구별하기 위해 ‘십볼렛’(곡식의 눈)이라는 단어를 발음하게 한 적이 있었다. 길르앗 사람들은 제대로 발음했지만 히브리 방언을 사용했던 에브라임 사람들은 강한 악센트를 사용하여 ‘씹볼렛’이라고 발음하였다. 결국 도망치던 4만2000명의 에브라임 사람들은 입다의 군사들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삿 12:6).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 예수님의 재판 광경을 쳐다보면서 불을 쬐고 있었다. 한 여종이 다가와서 “당신도 저 나사렛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닌 사람이지요?”(막 14:67) 하고 물었다. 베드로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말소리’를 듣고 예수님의 제자라고 몰아세웠다(마 25:73). 왜냐하면 베드로는 당시 회당이나 예루살렘 지역에서 사용했던 세련된 히브리어를 사용하지 않고, 교육수준이 낮은 서민층에서 통용되던 투박한 아람 방언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들이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다. 제네바(Geneva) 성경(1560년)은 창세기 3장 7절(‘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에서 ‘치마’를 ‘반바지’로 번역했으므로 반바지 성경으로 불렸다.

주교(bishop) 성경(1568년판)은 예레미야 8장 22절(‘길르앗에는 유향이 있지 아니한가’)에서 ‘유향’을 당밀(糖蜜·treacle)로 잘못 번역함으로써 당밀 성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웨이 레임즈(Douay Rheins) 성경(1610년)은 예레미야 9장 22절의 ‘유향’을 송진 덩어리(Resin)로 번역해서 송진 성경으로 불렸고, 흠정역(KJV·1702년)은 시편 119편 161절(방백들이 무고히…)에서 ‘방백들(princes)’을 ‘인쇄공들(printers)’이라고 잘못 번역해 인쇄공들 성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교 성경(1632판)은 십계명 중 일곱 번째 계명을 인쇄하면서 not를 빠뜨려서 ‘간음할 지니라(Do adultery)’로 번역함으로써 ‘사악한 성경’이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다.

성경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일점일획이나 한 단어, 한 문장도 결코 소홀히 하거나 빠뜨려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창 2:7)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뱀은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3:4∼5)라고 말했다. 즉 완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생략하거나 고쳐서 첫 조상을 교묘히 유혹했던 것이다. 성령과 그리스도께서는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계 22:18)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작은 점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를 옮기거나 바꾸면 전혀 다른 뜻이 될 수 있다. ‘번역’은 ‘반역’이 되고 ‘너’는 ‘나’, ‘님’은 ‘남’이 된다. 만일 예수님께서 “자신을 팔 자”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가룟 유다가 “나?” 대신 “나!”라고 답했었더라면. 말 한마디는 천국과 지옥을 판가름한다.

고영민 총장<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