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희망의 자연’ 출간 기념 방한…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입력 2010-09-28 19:24
‘침팬지의 대모’로 불리는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76)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1960년 7월 스물여섯의 나이로 아프리카 탄자니아 열대우림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녀는 50년 동안 자신이 직접 체험한 각종 경험과 연구를 총망라한 신간 ‘희망의 자연’(사이언스북스)을 들고 왔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 구달 박사는 28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백발의 머리를 질끈 묶고 나타났다. 먼 여정 탓인지 다소 지쳐 보이기도 했지만 온화하고 밝은 표정으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평생 동안 자연과 동물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학자들이 대부분 비관적이었어요. 그들은 자연이 망가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을 냈습니다. 희망이 반드시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죠.”
구달 박사는 검은울새(블랙로빈)의 예를 들었다.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800㎞ 떨어진 바위섬을 마지막 은신처로 삼았던 검은울새는 70년대 환경오염으로 나무숲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알을 낳을 수 있는 암컷이 한 마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환경운동가 돈 머튼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검은울새는 현재 4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구달 박사는 희망을 품으려면 책임 있는 행동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이 없다면 아마 아무것도 못할 겁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어야 해요. 다만 희망은 우리 모두 지금 당장 에너지를 아껴 쓰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할 때만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돼요.”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류는 가장 뛰어난 생명체인데도 왜 이렇게 세상을 망가뜨리는지 모르겠다”며 “인류는 눈앞의 이익만 따를 뿐 먼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잃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중요한 고리이므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기 전에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른다”면서도 “순수 민물이 귀해지면서 강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강의 범람이나 생태계 파괴를 막고 식생을 유지하려면 자연 그대로 보호하는 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30일까지 카이스트와 이화여대 경희대 등에서 환경을 주제로 강연하고 다음 달 1일 출국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