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루스 커밍스 교수 ‘한국전쟁’ 책 펴내
입력 2010-09-28 19:26
1981년 ‘한국전쟁의 기원’을 출판해 파문을 일으켰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67·시카고대 석좌교수·사진)가 한국전쟁 관련 새 책을 냈다.
‘한국전쟁(The Korean War)’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30년 만에 한국전쟁을 다시 한 번 다룬 저작으로 ‘한국전쟁의 기원’의 증보판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평화외교를 기본으로 한 대한반도 외교정책의 틀을 제공했던 커밍스는 책 서두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다”며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커밍스는 45년 이후 해방 공간에서 우익의 입지를 강화시킨 미국 정책에 따라 증폭된 한반도 내부 갈등이 한국전의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남침이라는 전통주의적 시각 대신 남북한의 내전으로 보는 수정주의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38선 및 단독정부 수립에 의한 남북 분단 고착화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비판했다.
커밍스의 이 같은 주장은 반공주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며 80년대 공안당국의 ‘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으나 국내외 사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옛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미국 측 자료에만 근거한 그의 이론은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커밍스가 이번에 출간한 ‘한국전쟁’은 이 같은 비판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을 ‘내전’으로 보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그는 “한국전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전쟁”이라면서 “식민주의, 민족분단, 외세 개입으로 잉태된 긴장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전전(戰前) 상태가 그대로 복원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 구축을 구조화시키고, 미국을 세계의 경찰로 탈바꿈시킨 것은 2차대전이 아니라 바로 한국전쟁”이라며 한국전이 미국의 향후 대외전략에 미친 영향도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은 앞다퉈 커밍스의 신간에 대해 ‘역작’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과 한국전 이후 한반도에서 전투가 없고 강대국 간 충돌이 없다는 점에서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