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세습 공식 선언] 포스트 김정일 시대, ‘가족 3인방’이 움직인다
입력 2010-09-28 22:26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가 수여되면서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사실상 개막됐다. 향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과 ‘김정은-김경희-장성택’으로 구성된 가족 3인방이라는 양대 축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대장 수여는 후계체제 공식 선언=김정은이 제3차 당 대표자회를 맞아 대장 칭호를 받은 것은 대내외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데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선언한 강성대국 건설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에나 정은을 후계자로 등장시킬 것이라던 대다수의 예상보다 빠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준 것에는 선군정치의 연장선이자 군을 중심으로 후계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장 승진자 6명 가운데 김정은과 그의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최용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4명은 군 경험이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과 김경희에게 군에 관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한을 부여했다는 뜻”이라며 “김정은에게 군권을 넘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장 칭호 수여는 군의 상위 정책지도 기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나 국방위원회로 보내기 위한 수순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과 당의 핵심 권한을 동시에 준다는 뜻이다. 당 중앙군사위에는 이을설 원수, 이하일 조명록 김영춘 차수, 김명국 대장 등이 있다. 국방위 부위원장인 오극렬은 대장이다. 따라서 대장은 당 중앙군사위 위원이나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갈 수 있는 지위다. 일각에서는 정은 등 민간인 4명에게 내려진 대장 칭호는 군 지휘관의 ‘대장 계급’이 아니라 일종의 ‘명예 칭호’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장 칭호 순서 등에 드러난 권력구도 향방=향후 북한 권력구도는 정은을 중심으로 고모인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이 후견인을 맡는 식으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의 대장 인사가 김경희 김정은 최용해 순으로 발표된 것은 김 위원장이 여동생 김경희에게 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맡기고, 최용해에게는 근접 보좌를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면서 공식 후계자로 등장했는데 당시 상무위원 서열은 김일성 김일 오진우 김정일 이종옥이었다. 95년 사망한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은 김일성의 측근이자 김 위원장의 후견인이었고, 99년 숨진 이종옥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은 생전에 공식 서열 2인자로 활동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보스 기질이 있어 권력충돌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장 부위원장이 이번에 대장이 되지 못한 것도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교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체제 안착의 가장 큰 변수는 김 위원장의 생존기간”이라며 “김 위원장 사후 오극렬과 장성택이 충돌하거나 권력 분점을 하고 정은을 상징적으로만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대장이 된 만큼 당 중앙위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당 조직비서 등에 임명되지 않는다면 후계 공식화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엄기영 이도경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