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의혹 ‘핵심’들 무혐의 처리… 전·현직 검사 4명만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
입력 2010-09-28 18:26
스폰서 검사 의혹 규명을 위해 출범한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28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현직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명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55일간의 수사를 끝냈다.
그러나 의혹의 발단이 됐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은 공소시효 내에 접대 받은 사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진정서 묵살 의혹이 제기된 황희철 법무부 차관 역시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기소 대상자가 극히 제한적이고 앞선 검찰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보다 진전된 내용도 거의 없어 용두사미 수사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진상규명위보다 못한 특검=특검팀은 한 전 검사장에 대해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한 전 검사장은 지난해 3월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현금 100만원 등 24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받았고, 지난 1월 이런 내용이 적힌 고소장이 대검에 접수됐는데도 고의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모, 정모 부장검사 등 현직 부장검사 2명은 지난해 3월 정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뒤 정씨의 편의를 봐달라며 담당검사에게 부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부산지검 감찰 담당이던 이모 검사는 정씨 진정내용 일부를 조사 없이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검찰 규명위와 달리 정씨의 전·현직 검사 접대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규명위 조사 결과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다.
박 전 검사장은 정씨의 진정내용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규명위 조사 결과에 따라 면직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전 검사장이 진정서 처리를 감찰담당 검사에게 처리토록 했다며 직무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또 규명위는 김모 부장검사가 성접대를 받았다며 형사처벌까지 권고했지만 특검팀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성접대 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태생적 한계 드러낸 수사=특검 수사가 규명위 결과를 뒤집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 6월 국회에서 특검법이 논의될 때부터 제기됐다. 기소를 목표로 한 특검팀에 가장 큰 장애물은 공소시효였다. 정씨가 주장한 접대 내용은 길게는 20여년 전 일이어서 대부분 뇌물죄의 공소시효(5∼7년)가 지났다. 특검팀은 현직 검사장 2명이 정씨로부터 접대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공소시효 기간이 지났다며 내사 종결 처분했다.
증거 확보도 어려웠다. 성매매를 했다는 여성들의 기억은 분명하지 않았다. 황 차관 관련 의혹도 진정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민 특검은 “과거 특검 때 무죄를 받아서 비판받은 적이 있다. 우리도 법률가로서 검토하고 분석해 기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검의 수사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있다. 전·현직 검찰 수사관 관련 수사는 서울고검 전직 계장 2명 등 5명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것으로 끝났다. 강릉지청 김모 계장의 접대수수 의혹은 끝내 확인하지 못했고, 전·현직 판사 2명과 부산지역 전·현직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는 결론 없이 관할 검찰청에 넘겼다.
◇재판 치열하게 전개될 듯=앞으로 재판에선 정씨 등의 접대가 검사와 검찰계장들의 직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전 검사장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정씨 역시 접대의 대가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특검은 “공무원의 직무와 금전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명시적인 청탁이 없어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특검법은 1심 선고는 공소 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2심과 대법원 선고는 직전 재판부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4월 말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