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과세 칼날 무뎌지나?… 정부, 미발급 과태료 부과 방침 철회
입력 2010-09-29 00:34
“의사 변호사 입김은 정부 의지도 꺾는다(?)”
기획재정부가 현금영수증 가맹점으로 가입하지 않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에 대해 미발급 과태료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개편안에서 전문직 종사자의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면서 위반 시 증빙을 발급하지 않은 금액의 절반을 과태료로 물리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28일 “부처 간 논의과정에서 현금영수증 가맹점으로 가입하지도 않았는데 미발급에 대한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이를 받아들여 과태료 대신 미가입 기간 수입금액의 0.5%를 물리는 가산세를 1%로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원안은 이랬다. 사건 수임료 1000만원을 현금으로 받고 현금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변호사는 국세청에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의뢰인의 신고나 국세청의 적발 건수가 늘어날수록 과태료 부담은 엄청나게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이번 수정안을 따르면 현금영수증 가맹점으로 가입하지 않고 버텨도 자신이 신고한 총수입금액의 1%만 내면 건건이 물리는 50% 과태료 조치는 계속 피할 수 있다.
재정부 김낙회 조세정책관은 “현금영수증 가맹점 가입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제도적으로 만들어두려고 했다”며 “(기대했던 제도의) 100%는 아니더라도 50% 이상 진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계한 전문직종 현금영수증 가입 비율은 병·의원 99.1%, 변호사 99.5%, 회계사 98.9%, 기타 전문직 90.56% 등이다. 재정부도 “미가입자 비율이 미미하니 가산세를 물리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리지갑’ 봉급생활자와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전문직 종사자에게만 무딘 칼을 들이대는 정부 모습에 다수 납세자의 비난 여론은 커질 전망이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