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반드 “新노동당 시대는 끝났다” 세대교체 선언
입력 2010-09-29 00:33
“신노동당(New Labour)은 끝났다. 이제 신세대(New Generation)가 이끈다.”
영국 야당 노동당의 새 얼굴에 선출된 에드 밀리반드가 28일 대담한 세대교체를 선언했다고 일간지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밀리반드는 당수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신세대’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는 전임 노동당 당수이자 영국 총리였던 고든 브라운과 토니 블레어의 노선을 정면 비판하며 “신세대 노동당은 다르다. 다른 자세, 다른 아이디어, 다른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고 말했다.
밀리반드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대중지 더선은 이날 노동당이 전당대회 효과에 힘입어 여론조사에서 40%의 지지율을 얻어 보수당(39%)과 자민당(12%)에 앞섰다고 보도했다. 보수 신문인 더타임스는 진보적인 에드 밀리반드(36%)보다 중도성향의 형 데이비드(53%)가 총리에 더 적합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어쨌든 노동당이 지난 5월 총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밀리반드는 이날 연설을 2차대전 중 고향 벨기에를 떠나온 부친과 히틀러 치하의 폴란드에서 고통을 겪은 모친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유럽 대륙에서 맨손으로 피신해온 유대인에게 영국은 자유의 빛을 비추었다”며 “부모가 나와 형에게 선물해준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과 성공을 향한 자신감을 오늘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에게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참패하고 권력을 내줬다”며 “그것은 다른 누구의 탓이 아니라 바로 우리 내부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블레어 전 총리가 ‘제3의 길’을 주창하면서 노동당의 재집권에 성공한 1997년과, 이를 승계한 브라운 전 총리의 ‘신노동당’ 노선이 “기성의 사고방식에 도전하면서 이뤄낸 진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화가 가져올 결과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제3의 길’이 표방한 중도노선이 13년 만에 ‘변화를 거부하는 고리타분한 태도’로 전락했다고 지적한 밀리반드는 브라운 전 총리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보수당과 자민당의 연립정권을 향해서도 밀리반드는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총리와 나는 나이가 비슷하지만 가치와 이상은 다르다”며 “나는 신세대”라고 차별화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영국이 경제와 복지에서 자신 있게 개혁을 추구했듯이, 나도 오늘 정치적인 낙관론자가 되겠다”며 “이제 영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신세대가 노동당을 접수했음을 당당하게 선포한다”고 연설을 끝맺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