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량미 60만t 주민용 50만t 비축”

입력 2010-09-28 22:33

안보 관련 정부 부처의 고위 관계자가 28일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쌀 비축량을 약 110만t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북한 쌀 비축량 분석은 2008년 한·미 군 정보당국이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의 전쟁자원능력평가’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한·미는 이후 북한의 쌀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북한의 군량미 100만t 비축’ 발언과, 국가정보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비축미 100만t이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밝힌 부분도 이런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공식 저장소 300여곳과 미확인 저장소 270여곳에 각각 50만∼55만t, 60만∼65만t 정도의 쌀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비축 중인 쌀 가운데 50여만t은 일반 주민용이고, 나머지 60여만t은 군량미로 보고 있다. 북한 인구 전체의 하루치 식량이 1만t인 것을 고려하면, 비축된 쌀만으로도 북한 주민이 110일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 당국은 비축된 주민용 쌀 50여만t에서 수해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부를 방출하기도 하지만, 쌀 비축량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년 수확되는 새로운 쌀을 기존 비축미 가운데 오래된 것과 교체해 비축미 상태도 비교적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을 근거로 북한이 쌀 문제로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북 쌀 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여러 정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 정보위회에 출석한 국정원 관계자도 대북 쌀 지원 문제와 관련, “(남한에) 쌀이 남으니까 어떻게 처분해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 대북정책 차원에서 정부 입장을 확실히 견지하고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맞물려 북한의 쌀 비축량에 대한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조사가 이뤄진 시점도 주목된다. 양국 조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이전 정권에서 10년간 지속됐던 대북 쌀 지원이 북한의 쌀 비축량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판단하기 위한 조사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당은 연일 북한에 대규모 쌀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0만∼50만t 규모의 대북 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앞서 박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북한 군량미 100만t 발언에 대해 “유엔 등 어떤 국제기구도 북한이 100만t 식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거도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지극히 옹졸하다”고 비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