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세습 공식 선언] 베일속 3남 낙점 21개월만에 왕세자 책봉 ‘속도전’
입력 2010-09-29 00:24
‘왕세자’ 김정은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정확한 출생연도, 얼굴 생김새조차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외국인 요리사, 스위스 유학시절 선생님과 친구 등 과거 주변인을 통해 간헐적으로 흘러나올 뿐이다. 북한이 그의 후계 지위를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신비주의를 차츰 탈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우상화 작업이 덧씌워지면 더욱 미지의 인물로 남게 되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통 큰 승부사로 길러져=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둘째 부인 고영희 사이에서 1983년 1월 8일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이 김정은 출생연도를 82년으로 퍼트리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83년이 유력하다. 84년 설도 있다. 북한이 82년생을 유포하는 이유는 고 김일성 주석(1912년생)의 출생 100주년인 2012년에 김 위원장은 70세(1942년생), 김정은은 30세가 된다는 특유의 우상화 논리 때문이다.
어머니 고영희는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로 김 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29)과 정은, 딸 여정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큰아들은 성혜림이 낳은 김정남(39)이다.
김정은의 유년시절은 88∼96년, 98년∼2001년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를 통해 전해진다. 그에 따르면 어린 김정은은 군복을 자주 입었다. 또 김 위원장은 김정은에게 술도 마시게 했으며, 7세부터 초대소 안에서 벤츠를 운전토록 했다.
김 위원장의 바람처럼 어린 김정은은 승부욕 강한 대담한 성격으로 성장했다고 후지모토씨는 회고한다. 김정은이 열두 살 때 여동생이 ‘작은 오빠’로 부르자 화를 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후 후지모토씨는 차남 김정철을 ‘큰 대장동지’, 김정은을 ‘작은’을 빼고 ‘대장동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농구를 좋아했던 김정은은 팀이 패할 경우 팀원들과 오랜 시간 패인을 분석하곤 했다고 전했다.
◇액션 영화, 컴퓨터 게임에 심취=그의 청소년기는 스위스 유학시절 주변사람들로부터 전해진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최근 김정은의 유학시절 친구들을 인터뷰했다. 친구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조용한 성격으로 컴퓨터 게임, 유명상표 운동화, 액션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김정은과 단짝이었다고 주장한 포르투갈 출신 조아오 미카엘씨는 “마이클 조던이 나오는 미국 프로농구(NBA)를 즐겼고, 홍콩 배우 청룽과 제임스 본드 영화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또 여자들에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북한에서 정식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니지 않고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교육 문제를 담당했다. 이후 96년 스위스 베른국제학교에 입학한 뒤 98년 8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스위스 리베 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를 다녔다. 2000년 북한으로 돌아온 김정은은 2001년부터 2006년 12월까지 김일성군사대학에서 군사학을 공부했다. 그의 대학시절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후계자 만들기 속도전=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후계자로 김정은을 낙점했다는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하면서 후계를 둘러싼 내부 교통정리를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후계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부터 김정은은 자신의 치적 쌓기에 본격 돌입했다. 김 위원장을 따라 공개활동에 거의 빠짐없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전개됐던 ‘150일 전투’, 고(故) 김일성 주석의 기념일에 평양 대동강변에서 성대히 펼쳐진 불꽃놀이 등이 그의 치적으로 선전됐다. 또 북한 내 동명이인의 개명작업이 진행됐고, 김정은 우상화 가요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울려 퍼졌다. 발걸음 가사가 적힌 포스터, 각종 김정은 선전 문구도 지난해부터 나붙기 시작했다. 올해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내에서는 컴퓨터수치제어기술(CNC)이 김정은의 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8월초 아리랑 공연에서도 ‘CNC 주체공업의 위력’이라는 구호가 카드섹션으로 펼쳐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