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정신병원… 입원환자 마구 부려먹고 월급 달랑 3만원

입력 2010-09-28 18:08


정신병원이 치료의 일환이라며 입원환자에게 배식과 화장실 청소 등을 강제했던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충남의 A정신병원은 입원환자 중에서 회장, 실장, 총무, 방장을 직접 선정해 임명했다. 병원은 이들 ‘간부급’ 환자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등 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방장은 각 병실의 간식 신청과 배분, 환자 간 싸움 방지, 거동이 불편한 환자 도우미 등의 일을 수행했다.

환자 사이에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했다. 방장을 맡았던 김모씨는 2008년 5월 같은 병실 환자 신모씨가 지시를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했고 병원은 김씨를 격리·강박했다.

병원은 또 간호사, 보호사 등이 해야 할 일을 환자에게 떠맡겼다. 방장 배모씨는 2008년 12월부터 매일 병원 별관 화장실을 청소했다. 배씨는 “오전과 오후에는 재떨이 등을 비웠고 저녁에는 대청소를 했다”며 “작업 대가로 한 달에 3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환자 임모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오전, 오후에 강당에 비치된 운동기구와 바닥을 청소하고 간식비 명목으로 한 달에 3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당 병원 측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치료 명목으로 작업을 맡겼다”며 “작업에 참여한 환자 일지 등도 작성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신보건법 상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가 있으면 작업치료와 직업재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권위 관계자는 “병원이 정신분열증, 조울증, 알코올의존증 환자에게 환자복 세탁, 화장실 세면장 강당 등 병원 청소, 배식, 병원 내외의 시설관리까지 떠맡겼다”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환자의 노동력을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A정신병원과 해당 군수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권고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